김현수. 동아일보DB
안방 개막전에서 팬들의 야유를 받을 정도로 팀 내 입지가 불안했던 김현수는 올 시즌 빅리그에 데뷔한 국내 선수 중 유일하게 가을야구를 맛봤습니다. 5일 열린 아메리칸리그(AL)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팀이 토론토에 2-5로 역전패하면서 김현수의 가을야구는 하루 만에 끝났지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한때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던 김현수의 내년 시즌 화려한 날갯짓을 기대하게 하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2006년 신고선수로 두산에 입단했던 김현수는 2년 뒤 타격왕을 차지할 정도로 모두의 예상을 뒤엎으며 성장해 왔습니다. 김현수의 국내 데뷔 시즌 기록은 1경기 1타수 무안타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마냥 낙관론을 펴기엔 이릅니다. 김현수 스스로 입증해야 할 부분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습니다. 무엇보다 시급한 건 왼손투수 상대 성적입니다. 김현수는 올 시즌 왼손투수를 상대로 총 18타수 무안타로 물러났습니다. 표본 자체가 적긴 하지만 가뜩이나 플래툰 시스템을 선호하는 벅 쇼월터 감독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기에는 충분한 숫자인지 모릅니다.
볼넷에서도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인 2015시즌 개인 통산 처음으로 세 자릿수 볼넷(101개)을 골라냈던 김현수가 올해는 볼넷 36개를 기록했습니다. 양국 리그의 수준차가 있긴 하지만 빈도도 6.2타석당 1개에서 9.6타석당 1개로 줄었습니다.
2년 차 징크스도 김현수가 경계해야 할 부분 중 하나일 겁니다. 상대 투수의 공이 눈에 익으면 익을수록 상대 또한 김현수의 약점을 간파할 거라는 걸 잊어선 안 됩니다. 수비시프트를 깨는 안타로 올해 재미를 봤던 김현수에 대비해 상대 내야진 또한 새로운 그림을 그릴 겁니다.
시즌 마지막 경기를 마친 김현수는 “한 단계 성숙해지는 시즌이었다”며 데뷔 시즌을 자평했습니다. 김현수는 비시즌 동안 또 얼마나 자신을 단련해서 다시 팬들 앞에 서게 될까요. 벌써부터 볼티모어의 내년 안방 개막전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