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양식업, 한국경제 새 먹거리]<3>세계인 입맛 사로잡는 우리 해산물
《 “맛 좋고 영양가도 풍부하니 인기 만점입니다. 저도 평소 즐겨 먹고요.” 지난달 30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렌지카운티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매장 직원 로널드 토머스 루시 씨는 한국산 김 스낵을 진열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시안 푸드 코너 진열대 한쪽엔 데리야키, 스파이시, 고추장, 와사비 맛 등 다양한 종류의 한국산 김 스낵이 빽빽이 놓여 있었다. 》
루시 씨는 “미국 내 8개 주에 있는 매장 103개에 김 스낵이 납품된다”면서 “오렌지카운티점에서는 매주 김 21봉지가 들어 있는 박스 3개가량이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 미국에서 한국산 김은 ‘웰빙 식품’
김 행사장 찾은 美 학생들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로스앤젤레스 지사가 마련한 스낵 김 홍보행사에서 미국 초중고교생들이 한국산 김을 맛본 뒤 활짝 웃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미국 주요 유통업체에 한국산 김을 수입해 납품하는 프랜시스 김 우보디스트리뷰션 대표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선 ‘검은 종이를 왜 먹느냐’며 김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미국의 인기 건강 쇼프로 ‘닥터 오즈 쇼’ 진행자인 심장전문의 메멧 오즈 박사가 쇼에서 김을 들고 나와 “고기를 많이 먹는 미국인은 철분 함유량이 높은 김을 먹어야 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제 한국산 김은 월마트, 코스트코 등 현지 대형 유통업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대중적인 상품이다. 할리우드 스타 휴 잭맨의 딸이 좋아하는 스낵으로도 유명하다. 김 씨는 “현재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일대 50여 개 초중등학교에 런치 스낵으로 김을 납품하고 있다”고 전했다.
○ ‘수산물 강국’ 일본에서 선전하는 한국산 수산물
한국산 전복 고르는 日 노부부 지난달 29일 도쿄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노부부가 한국산 전복을 고르고 있다. 현지에서 한국산 전복은 품질이 우수해 인기가 많다. 도쿄=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한국산 수산물 1위 수입국인 일본은 연간 7억∼8억 달러어치를 한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엔화 약세와 일본 내 소비 위축, 한일 관계 악화 등으로 최근 수출이 조금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의 최대 수산물 수출국이다. 특히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원전 방사능 유출 사고 이후 한국산을 찾는 일본인들이 늘고 있다.
전복과 김, 굴 등을 생산하는 완도, 제주 일대는 한국에서 양식업에 최적화된 지역이다. 미역, 다시마 등 전복의 먹이가 풍부할 뿐 아니라 해수를 정화하는 암반석도 풍부하다. 물의 순환이 좋지 않고 양식업 규모가 작은 일본보다 생산 환경이 좋다.
오태기 해양수산부 어촌양식정책과 주무관은 “계절에 따른 수온 차도 일본에 비해 작아 안정적 공급이 가능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며 “양질의 한국산 제품 이미지를 살리며 다양한 수출 품목을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다양한 요리법 소개 소비층 넓혀 나가야”
美-日 수산업 전문가들의 조언
한국산 수산물이 선진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지 업체 관계자들은 “단순히 식재료로서 국산 수산물을 수출하는 것을 넘어 이를 활용한 다양한 메뉴를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한국산 활전복과 광어, 굴 등을 수입해 일본에서 판매하는 트루월드재팬 신우순 대표는 전복을 이용한 각종 메뉴들을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신 대표는 “일본 사람들이 전복을 좋아하긴 하지만 조리법은 아직 다양하지 않다”면서 “전복 외에도 광어, 바지락, 굴 등 각종 수산물들을 구이, 스테이크, 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맛있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전파해야 우리 수산물을 보다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전복죽에 들어갈 전복을 손질하는 방법, 된장찌개, 삼겹살 구이 등에 전복을 활용하는 방법 등을 소개하는 소책자를 준비하고 있다. 트루월드재팬은 이미 일본 내 각종 초밥 체인점과 대형마트, 철판구이 전문점 등 수백 곳에 완도에서 생산한 국산 전복을 납품하고 있지만 계속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다. 신 대표는 “요즘엔 일본 스키야키 전문점에도 전복을 식재료로 납품하기 위해 관련 업체들과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김도 다양한 입맛의 소비층을 공략하기 위해선 메뉴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실제 일본의 대형마트 김 코너에는 김밥용 김, 오니기리용 김, 밥에 싸먹는 김, 밥에 뿌려먹는 가루 형태 김 등 다양한 김 가공식품이 진열돼 있다. 참기름과 소금이 곁들여진 한국산 조미김이 인기지만 다른 종류의 김 제품을 적극 개발하면 시장을 더 넓힐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정훈 해태아메리카 이사는 “현지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산 김 수입업체 우보디스트리뷰션 프랜시스 김 대표는 “현재 판매하는 데리야키 맛, 스파이시 맛 등에 추가해 바비큐 맛 김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미국에는 히스패닉, 화교, 유대인 등 여러 인종이 있는 만큼 다양한 계층의 소비자들을 배려하는 메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
△소비자경제부=민병선 차장, 한우신 이새샘 최혜령 이호재 기자 △사회부=정승호 광주호남취재본부장, 임재영 차장, 최지연 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