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질’ 한달간 1702명 검거-69명 구속
1일 오후 11시경 서울 D대학 여학생 기숙사가 욕설로 쩌렁쩌렁 울렸다. 경비원이 여학생 기숙사에 중년 남성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올라가니 김모 교수(59)가 있었다. 김 교수는 경비원이 기숙사에 들어온 경위를 묻자 “당장 해고시켜 버리겠다”고 윽박질렀다. ‘갑질’을 보다 못한 학생들은 김 교수를 기숙사 문밖으로 내쫓고 문을 걸어 잠갔다. 김 교수는 “경비원에게 욕설을 한 것은 맞지만 여학생의 짐을 들어주기 위해 갔다”고 해명했지만 경찰 관계자는 “교수라는 지위를 이용해 마치 인사권이 있는 것처럼 협박하는 것은 직장 내 갑질의 전형적인 형태로 볼 수 있어 수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9월 1일부터 갑질 횡포 근절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12월 9일까지 100일간 갑질 횡포를 특별단속하고 있다. 고질적인 병폐인 갑질을 더는 방치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갑질 횡포는 상하 관계가 분명한 조직에서 더 심했다. 부산의 한 식자재 납품업체 대표 김모 씨(41)는 2014년 10월부터 올해 6월 중순까지 일 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부하 직원을 괴롭혔다. 그는 “이 ××, 일도 제대로 못하네, 당장 사표 쓰고 나가라” “너는 밥 먹을 자격도 없다” 등의 욕을 하는 것도 모자라 수시로 주먹과 손바닥으로 부하를 때렸다. 한 중년 대학교수는 “성적에 불이익을 주겠다”며 제자를 협박해 3년간 수십 차례 성폭행과 추행을 일삼았다. 전형적인 갑질 횡포 가해자 직업군은 사업가, 대기업 직원, 교수, 임원 등 소위 잘나가는 사람이 많았다.
영화 ‘킹스맨’에선 중년의 남자 주인공이 ‘Manners Maketh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이라고 했지만 한국의 갑질하는 중년 남성은 제멋대로였다. 지난달 20일 강원 춘천시의 한 휴대전화 매장에 들어온 손님 김모 씨(53)는 막무가내로 담배를 피웠다. 종업원이 몇 차례 정중히 “밖에서 흡연하라”고 요청했지만 도리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중도덕보다 자기가 먼저인 개념 없는 중년 남성이었다”고 전했다.
갑질 횡포 피해자 3명 중 1명은 여성이었다. 40, 50대 피해자가 많았지만 10, 20대도 적지 않았다. 10, 20대 학생 피해자 150명 가운데 87명이 성범죄 피해까지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 각 분야에서 갑의 위치에 오른 40, 50대 남성들은 어릴 적부터 입시경쟁을 치르고 군대문화를 겪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사고방식이 위계적, 권위적으로 바뀌어 갑질을 일삼기 쉽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