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체족에 10m 밖 골목은 ‘너구리 굴’
5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 3번 출구에서 10여 m 떨어진 골목에서 두 남성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서울시가 9월부터 지하철 출입구 반경 10m 이내 흡연 단속에 나서면서 이곳은 신림역 인근을 찾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흡연구역이 됐다. 차길호 기자 kilo@donga.com
지난달 1일 서울 시내 지하철 출입구 금연구역(10m 이내) 위반 행위 적발이 시작된 지 약 한 달이 지났지만 동아일보 취재진이 4일부터 이틀간 서울 시내 4곳을 관찰한 결과 10m 이내 흡연 행위는 가장 가까운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는 ‘코너 흡연’으로 고스란히 바뀌어 있었다.
좁은 골목에 흡연자가 늘면서 시민들은 여전히 피할 수 없는 담배 연기에 노출돼 있었다. 약 3m 폭의 미아사거리역 인근 골목에서 30분 동안 담배를 피우고 간 사람은 50명이 넘었다. 주부 이모 씨(24)는 “이전에는 출입구 근처 공터에서 피우더니 이제 이곳이 ‘흡연구역’이 됐다. 오히려 연기를 피할 수 없어 더 불편해졌다”고 말했다.
흡연자들은 일방적 금연 대책에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회사원 한모 씨(28)는 “나 역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게 싫다. 떳떳하게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흡연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진모 씨(22)도 “흡연 자체가 범죄도 아닌데 숨어서 피워야 하는 게 말이 되냐”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금연 전문가들은 지하철 출입구 10m 이내는 비흡연자들이 드나드는 공간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풍선효과’보다 순기능이 크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기영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어린이 등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최소한의 공공장소에 금연을 적용한 것”이라면서 “흡연 부스나 실내 흡연구역 등을 설치하자는 주장은 세계적인 실내 금연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길호 기자 ki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