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탈북자 단체장 10여명과 연대… 내년초 워싱턴서 수립하기로 결의 “북조선자유민주정부 선포하겠다”
해외 거주 탈북 엘리트들과 한국의 주요 탈북자 단체장들이 연대해 내년 상반기 미국에서 '북한 망명정부'를 수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 고위층들의 탈북이 잇따르는 등 김정은 정권에 대한 내부 엘리트들의 반감이 커지는 가운데 북한 민주화 운동의 구심점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망명정부 수립 계획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탈북자 단체장 A 씨는 6일 "내년 초 미국 워싱턴에서 가칭 '북조선자유민주망명정부' 수립을 선포할 계획"이라며 "이미 탈북 단체장 10여 명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끝냈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올해 말 창립 선언을 하려고 했지만 망명정부 설립자금 문제 등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해 내년 초로 미뤘다"고 했다.
이들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최고위급 탈북자로 꼽히는 B 씨를 망명정부 대표로 내세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B씨는 이러한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 핵심 고위간부였던 B 씨는 지난해 탈북한 뒤 올해 워싱턴으로 건너가 체류하고 있다.
이들은 헌법 3조를 고려해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망명정부 설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가 북한 망명정부를 인정해준다면 이는 곧 북한을 외국으로 간주한다는 뜻이 돼 북한을 한반도에 포함하는 헌법 정신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망명정부는 한반도 통일을 추진하는 주체로 대한민국을 인정하지 않는 결과를 만들기 때문에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법 전문가인 한명섭 대한변호사협회 통일문제연구위원회 부위원장은 "북한이 유엔에 가입돼 있는 이상 미국 등 다른 국가들도 망명정부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대신 망명정부 활동을 묵인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도 제기돼 그 결과가 주목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