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엘리트들 ‘美 망명정부’ 추진]
황장엽과 함께 탈북한 김덕홍씨 “국정원이 암살위험 높다며 회유”
황장엽 “한국서 민주화 활동” 돌아서

황 전 비서와 함께 탈북한 김덕홍 전 노동당 자료실 부실장 등 복수의 인사에 따르면 황 전 비서는 2001년 7월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미국으로 재망명한 뒤 북한 망명정부를 수립하고 자신이 수반이 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 이후 대북 햇볕정책을 내세운 김대중 정부는 황 전 비서의 망명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김 전 부실장은 “당시 신건 국가정보원장이 미국에 가면 암살당할 수 있다고 협박했고, 나중에 황 전 비서에게 주체사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연구소를 만들어주고 큰 자금도 주겠다고 회유했다”고 밝혔다. 황 전 비서는 그 후 망명정부 설립을 논의하기 위해 찾아온 주요 인사들에게 “한국을 북한 민주화의 기지로 만들어야지, 망명정부는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탈북자 단체장들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망명정부엔 황 전 비서 같은 거물급 인사는 없다. 김 전 부실장도 이번 논의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과 지리적으로 먼 미국에 본거지를 두면 북한 내부 반체제 인사들과의 교감은 더 어려워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탈북자 단체장은 “탈북자 단체들이 연합을 할 수만 있다면 굳이 망명정부가 아니라도 북한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