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세계한인회장대회]LA-워싱턴-뉴욕 여성회장 3인
한인회 바꾸는 여성 파워 2016 세계한인회장대회 참석차 방한한 로라 전 로스앤젤레스한인회장과 임소정 워싱턴한인연합회장, 김민선 뉴욕한인회장(왼쪽부터)이 5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함께 자리한 뒤 활짝 웃고 있다. 이들은 미국 주류사회에 한국을 알리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여풍(女風)은 해외 한인사회에서도 거세다. 최근 미국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도시인 로스앤젤레스, 뉴욕, 워싱턴의 한인회장에 모두 여성이 당선됐다. 로라 전(한국명 전유미·57) 로스앤젤레스한인회장, 김민선 뉴욕한인회장(56), 임소정 워싱턴한인연합회장(52)이다. 이들은 재외동포재단(이사장 주철기) 주최로 서울에서 열리는 ‘2016 세계한인회장대회’ 참석차 방한했다. 5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이들을 만났다.
○ 투명해진 한인회, 지금은 ‘세대교체 중’
그가 수년 전 한인회 이사장직을 제안받아 의욕적으로 일을 하다보니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김 회장은 “오랫동안 ‘관행’이라는 말로 용서가 되고 넘어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한인들이 5달러, 10달러씩 성금을 내서 20년 전에 세운 맨해튼 첼시 한인회관이 어느 날 부동산 사이트에 매물로 나온 것을 보았다. 이사회 의결 없이 일부 임원이 몰래 재산을 팔려고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법정다툼까지 벌어졌다. 그는 ‘이러다 한인회에 대한 불신이 커지겠다’는 생각에 아예 회장직 선거에 나섰고 2015년 당선됐다. 회계의 투명성뿐 아니라 그가 제시한 한인회의 미래 청사진에 교민들이 호응한 것이다.
김 회장은 “‘끼리끼리’ 문화에서 벗어나 이민 2, 3세대 전문직 청년들을 한인회에 영입하면서 활동이 체계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 미 대선에 한인사회도 ‘촉각’
최근 미국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큰 관심거리인 미국 대선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의 이익을 망치고 있다고 믿고, 외국인 이민자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어 미국 내 한인들도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한인회의 역할은 다양하다. 과거 이민을 가서 먹고살기에 바빴던 1세대는 자식 교육이 급선무였다. 하지만 이민 2, 3세대로 지날수록 미국 주류사회에 뛰어들거나 공무원으로 일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한인회는 미 주류사회에 한국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한다. 한인사회가 공통적으로 지적해 불편한 사항을 개선하기도 한다.
한국 지방토산품이 미국에 수출될 수 있도록 홍보도 한다. 김 회장은 “풍기 인삼, 영주 사과, 보성 녹차와 같은 우수한 제품을 갖고 오면 우리가 미국 사회에 전파하는 통로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뉴욕한인회는 아예 보성 녹차를 한인회 공식 음료로 지정해 외부 손님에게 항상 대접하고 있다. 또 내년 3월 개관할 예정인 맨해튼 첼시의 이민박물관 뮤지엄숍에서 한국 특산물을 전시 및 판매할 계획이다. 이민박물관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뮤지엄숍에서 한국 상품을 맛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셈이다.
○ “도시락에 김이랑 김치 싸주세요”
한국이라는 나라는 이들에게 어떤 존재일까. 어린 시절 이민해 미국에서 22년 이상 보험업을 해온 임 회장은 “제가 처음 왔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한국인을 보는 시선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갈 때 도시락 반찬으로 한국 음식을 싸 달라고 하는 것도 새로운 변화다. 한국을 자랑스러워하는 이들의 모습을 미국인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