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릴 지브란 ‘모래·물거품’
칼릴 지브란의 ‘모래·물거품’(사진)은 작은 책이지만 오랜 시간 동안 나의 책장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어떠한 방법과 방향으로 나아가라고 말하거나 한순간의 깨달음을 주는 책이 아님에도 말이다.
하지만 오래도록 두고 읽노라면 마치 긴 해변을 걸을 때 비로소 노을과 하늘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게 되는 것처럼 귀중한 보물을 선물하곤 한다. 심지어 조명이 내리꽂는 강렬한 빛을 가득 품에 안고 뛰어야 하는 찰나의 순간에도.
‘인간의 상상과 성취 사이에는 커다란 공간이 있습니다. 오직 우리의 열망만으로만 뛰어넘을 수 있는.’
물론 그 공간이란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겠지만 열망으로 커다란 공간을 뛰어넘어 상상의 그곳으로 갈 수 있다는 의미는 내가 삶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무대와 연습실에서 보내는 이유가 되었다. 또 저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그대는 자유롭습니다. 한낮의 태양 앞에, 깊은 밤 별들 앞에. 또한 그대는 자유롭습니다. 태양도 달도 별도 모두 존재하지 않을 때.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있는 앞에서도 두 눈을 감을 수 있다면 그대는 진정 자유롭습니다.’
어느 공간이나 어느 순간에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그의 말은 내게 더 이상 자유를 고민하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그래서인지 보기 드문 프리랜서 발레리나는 저자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고 스스로 설명해 보기도 한다.
김주원 발레리나·성신여대 교수
김주원 발레리나·성신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