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일상에 녹아든 언어 변형
“중학교로 교생 실습을 나갔을 때 한글 파괴 현상에 눈살이 찌푸려졌던 적이 많았어요. 몇 년 사이에 훨씬 심해졌더라고요. 아이들이 ‘노잼’, ‘개극혐’, ‘존예’ 등과 같은 말들을 입에 달고 지내더라고요. 아이들의 언어를 보면 우리말의 미래가 걱정됩니다.” ―이지현 씨(25·국어 교직이수 대학생)
“최근 한글 파괴 현상에는 부정적인 모습도 비치지만 어떤 면에서는 ‘재치 있는 일탈’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우리말 사용에서 또 다른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김지후 씨(37·학원 강사)
“여론조사를 해 보니 신조어, 통신어 등을 한글 훼손이라고 지적한 의견이 59.6%에 달했습니다. 다만 옳고 그름을 떠나 최근 변화된 가치관과 문화를 반영한다는 의견 역시 66.3%나 됐습니다. 어느새 우리의 일상에 이런 말들이 녹아든 것 같습니다.” ―송으뜸 씨(32·마크로밀엠브레인 리서치 과장)
외국인에게도 인기 으뜸
“한글은 확실히 배우기 쉬워요. 한자나 일본어는 까다로웠거든요. 한글은 소리를 바탕으로 만든 글자라는 점에서 외국인들이 배우기 쉬운 것 같아요. 어떻게 입 모양을 통해 글자를 만들 생각을 했는지 세종대왕은 동양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느껴집니다.” ―아드리아나 씨(21·이탈리아 유학생)
“한글에 대해 무지했던 외국 학생들이 1년 반도 안 되는 과정에서 수준급의 한국어 실력을 갖춰 졸업하는 걸 보면 한글이 얼마나 우수한 글자인지 느낄 수 있어요.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늘어난 것도 한글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얘기죠.” ―김미옥 씨(56·연세대 한국어학당 교학부장)
한글 행사, 창의성 더욱 필요
“한글은 한민족의 가장 큰 문화유산이죠. 그래서 한글 관련 행사를 준비할 때마다 한글 그 자체의 의미에 더하여, 우리 민족의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위상이 드러날 수 있는 행사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한글 가치가 무궁무진 하니까요.” ―이정미 씨(43·문화체육관광부 국어정책과장)
타국의 소통 기호로 각광
“국내 패션 잡지가 진행한 린지 로핸과의 인터뷰에서, 한글 디자인이 포함된 옷을 포함해 옷 10벌 정도를 나열해 놓고 어떤 옷을 가장 입고 싶은가를 물어봤대요. 린지는 단번에 한글 옷을 골랐죠. 한글은 이렇게 해외 유명인들의 눈길도 끌 정도입니다. 우리 스스로가 충분한 자긍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상봉 씨(패션디자이너)
“최근 한류 열풍과 같은 문화 현상을 무시하고 한글 알리기를 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한글은 글자 자체의 한 획 한 획에 담긴 미적 가치로서 충분히 활용도가 높다고 생각해요. 세계의 어느 언어와도 비견될 수 없는 차별적인 미적 가치, 그것이 한글과 관련된 상품들을 찾게 만드는 것이라 볼 수 있죠.” ―박지영 씨(41·인사동 찻집 운영)
나부터 한글 사랑
“프랑스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한글 알리미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어요. 과거에는 한글을 배우려는 프랑스 학생들이 많지 않았지만, 요즘은 케이팝이 대세가 되면서 학생들이 많이 늘었다는군요.” ―이지훈 씨(28·대학생)
“작년 한글날에 봉사활동 단체에서 ‘바른 말 고운 말 바로 알기’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고운 뜻을 가지고 있거나 말 자체가 예쁜 느낌을 전해 주는 우리말 등을 알리는 퀴즈대회였죠. 일회성 이벤트였지만 외국어·외래어가 난무하는 일상 속에서 한글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김진영 씨(24·대학생)
“한글날에 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해주고 싶어서 세종대왕릉이 있는 여주를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여주에서 열리는 한글 행사는 광화문에서처럼 그렇게 대형 행사는 아니겠지요. 하지만 한글을 창조하신 세종대왕의 무덤을 직접 찾는 것보다 특별한 경험은 아이들에게 없을 거라 생각해요.” ―김민혁 씨(34·회사원)
오피니언팀 종합·최형진 인턴기자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