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에 따라 실행된 北 핵실험… 장거리미사일 발사도 임박한 듯 핵과 미사일 개발은 새로운 단계… 남북대립은 체제 경쟁으로 돌아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위협… 새로운 통일전략 준비해야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동서대 석좌교수
사실 김정은은 이를 예고하며 실행에 옮겼다. 모란봉악단이 베이징 공연을 취소하기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10일 김정은은 “(북한이) 수소폭탄의 거대한 폭발음을 울릴 수 있는 강대한 핵보유국이 됐다”고 말했다. 이듬해 초 4차 핵실험을 예고한 것이었다.
또 일련의 미사일 시험 발사가 시작되기 전인 올해 3월 15일 김정은은 “빠른 시일 안에 핵탄두 폭발 실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로켓 발사 실험을 단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무수단 중거리미사일, 노동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뿐 아니라 5차 핵실험까지 예고돼 있었던 것이다.
각종 탄도미사일 실용화와 핵폭탄의 탄두화 실험이 실시됐기 때문에 미국 본토 공격용 장거리 미사일이나 SLBM은 몰라도 단거리 및 준중거리 미사일은 이미 실용화 단계에 있다고 추정된다. 2020년까지 북한이 보유한 핵폭탄 수도 50∼100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탄도미사일의 표적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괌에 있는 미군기지다. 아키타 현 앞바다에 떨어진 노동미사일 2발의 표적은 명백히 주일미군의 미사와(三澤) 기지였다. 그 밖에도 오키나와 가데나(嘉手納) 기지, 요코스카(橫須賀) 기지, 사세보(佐世保) 기지, 평택 오산기지 등이 표적이 될 것이다.
또 북한은 한미 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한국 내 미군기지 반대 운동과 연결시켜 한미 연합 군사연습 중지로까지 확대하려 하고 있다. 또 중국 러시아의 사드 반대와 연계해 동아시아에 유사 냉전 체제를 형성하려 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명백히 새로운 단계에 도달했다. 우리가 느끼는 위협에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무엇이 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도쿄와 서울에 차이가 없다. 그런데 이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북한 측에 협상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변명하기는 쉽다. 하지만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의 나머지 6년여 동안 북한은 원자로 가동을 멈추고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모색했다. 김정일이 2002년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의 방북을 받아들이고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사과한 것도 대일 관계를 정상화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다른 차원의 위협’을 느끼는 또 다른 이유는 핵무장을 한 나라가 러시아도, 중국도 아니고 분단 체제의 한쪽인 북한이기 때문일 것이다. 남북 대립은 다시 체제 경쟁으로 돌아가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을 저지할 수 없었던 것은 냉전이 끝난 뒤 남북 공존(현상 승인)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핵무장한 김정은은 체제 유지를 위해 고심했던 아버지 김정일보다 할아버지 김일성과 비슷한지 모른다. 북한이 정치와 군사를 혼합해 복잡한 도발을 시도하거나 국제적으로 유사 냉전 체제를 추구하려 한다면 단기적으로는 한미일도 최대한의 저지 체제를 정비하고 인내심 있고 유연하게 유사 냉전 정책을 실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한국은 미국에 탄생할 새 정권과 협의해 나가면서 북한과의 장기적인 공존을 달성할 수 있는 평화통일 전략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로운 시대의 ‘6·23 평화통일 외교선언’(박정희 대통령이 1973년 발표)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동서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