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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김무성은 호랑이상? 동물 관상학으로 사람의 미래 꿰뚫어본다

입력 | 2016-10-07 10:51:00

[안영배기자의 ‘도시의 異人 열전’]⑥ 관상학 전문가 백재권 박사
진주에 떨어진 3개의 운석으로 삼성(三星)가의 미래 예언




한국방사선폐기물학회에서 관상과 풍수 특강을 하고 있는 백재권 박사 (2015).



진주 운석과 삼성그룹


2014년 3월 9일 밤, 경남 진주시 대곡면과 미천면 일대에 운석이 떨어졌다. 주민들이 땅에 떨어진 3개의 운석을 발견하면서 진주 일대는 갑자기 '별 마을'이 됐다. 운석의 값이 크게 올라가자 운석 헌터들까지 몰려들었다. 사람들이 '하늘의 로또'라며 운석 잔치를 즐길 때, 전혀 즐겁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이곳과 관련이 있는 큰 인물에게 액운이 닥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운석이 떨어진 곳이 진주이고 그것도 3개가 떨어졌다(후에 외지인이 운석 한 개를 더 발견했다). 운석이 발견된 곳에서 삼성의 고(故) 이병철 회장 생가가 있는 의령군 정곡면까지는 직선거리로 20여 km에 지나지 않는다. 진주는 삼성의 고향과도 같은 곳인데, 거기로 떨어진 3개의 운석은 3개의 별을 뜻하는 삼성(三星)을 가리킨다. 삼성을 상징하는 인물에게 큰 변고가 생길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하늘은 나라에 재난이 발생하거나 큰 인물에게 변고가 생길 때 사전에 암시를 주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에게 이런 암시를 전하며 미래를 걱정했다. 그로부터 2개월이 흐른 5월 10일,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백재권 박사는 사람의 상(相)을 동물에 비유한 동물관상학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진주 운석으로 삼성가의 미래를 예언한 이는 백재권 박사(52)다. 풍수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경북대 평생교육원에서 관상학 강의를 하고 있다. 삼성과 진주 운석을 함께 엮어 해석한 것은 "직관(直觀)에 의한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사실 진주 운석과 삼성 이건희 회장의 변고는 논리적으로는 관계가 없다. 그러나 정서적으로나 감각적으로 '그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고 공감할 수 있는 게 바로 직관의 세계다. 동양학의 술사(術士) 세계에게는 직관이 발달한 사람일수록 '고수'로 대접받는다.

백 박사는 직관은 논리나 이론, 계산이 개입할 수 없는 세계라고 말했다. 마치 자연(自然)이라는 단어가 '스스로 그러함'을 의미하는 것처럼 '아무런 선입견이 없어 스스로 보이는 그대로 읽어지는 무엇'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직관은 무속(巫俗)에서 신내림을 받아 세상일을 예언하는 신기(神氣)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조상 중, 어느 쪽도 무속과 관련 있는 사람은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어머니가 가끔 자신에게 "네 뱃속까지 들어갔다 나왔다"고 말하곤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어머니는 직관이 발달한 분으로 사람 속을 잘 보았던 것 같다고 했다. 어머니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때문인지 그도 어린 시절부터 직관이 강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사업을 하셨다. 가끔 오토바이를 얻어 타는 재미로 아버지가 손님들을 만나는 다방까지 따라간 적도 있다. 아버지가 시켜주는 달걀 노른자 띄운 쌍화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는 아저씨들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그분들의 마음이 저절로 읽혀졌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감언이설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저 아저씨, 지금 거짓말하고 있어요'라고 대놓고 말하곤 했다. 그런 일들이 되풀이되다보니 어렸을 때부터 사람 잘 본다는 소리를 들었다. 관상 책을 본 적은 없지만 얼굴을 읽어내는 능력은 타고났던 것 같다."


20세에 내다본 30년 후의 미래

그렇다고 해서 그가 어린 시절부터 도사처럼 산에서 생활하거나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다. 전북 익산 출신인 그는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남들처럼 평범하게 공부하면서 자랐다. 그러다 원광대학교 화학과를 다니던 어느 날, 우연히 돌에 새긴 천지개벽(天地開闢)이란 단어를 보자마자 번쩍하고 뇌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그때가 20세였는데 앞으로 30년 후의 세상이 보였다. 내 나이 50대에 이르면 관상과 풍수, 사주 등 역술 분야가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그때부터 열심히 기(氣)수련과 참선을 하며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난 화학 전공인 '공돌이'인데도 철학과의 전공 필수와 선택 과목은 거의 다 수강하면서 동양철학에 몰두했다. 전공 학점은 C, D가 많았지만 철학과 학점은 A, B를 받았다."

그는 30대 들어서도 여러 차례 머리를 깎고 산으로 들어갈 생각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2주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철야 수행을 하던 중 기이한 체험을 했다고 한다. 자신의 전생을 봤다는 것이다.

"수행한 지 10일 정도 지났을 때 갑자기 몸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의식은 있는데 고전 무용의 춤사위처럼 양손과 몸이 저절로 흐느적거리기 시작했다. 의지와 관계없이 움직이던 손이 모아지더니 합장 자세가 됐다. 그리고 하늘의 기운이 정수리와, 합장한 손끝으로 쏟아지더니 온몸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기운이 너무 강해서 지탱하지 못할 정도로 온몸이 심하게 출렁거렸다. 그렇게 1시간 정도 흘렀을까, 기운이 잠잠해지더니 어떤 장면들이 빠르게 지나가며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슬라이드를 10배속으로 넘기는 것 같았다. 전생의 내 삶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몇 차례에 걸쳐 살아온 나의 전생을 단 몇 초에 압축한 듯했다. 전생을 보고 난 후, 갑자기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슬픈 마음은 전혀 없는데 그냥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내가 전생에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는지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때부터는 지은 죄를 참회하는 마음에서 서럽게 울었다. 엉~엉~ 소리를 내어 울다가 나중에는 대성통곡을 했다. 내 죄를 속죄하며 양 손목을 잘라 부처님께 바쳤다. 진짜 손목을 자른 게 아니라 마음으로 손목을 잘라냈는데 그 감각은 실제와 다를 바 없을 정도였다. 스님들이 하는 육신공양의 진정한 의미를 그때 알게 됐다."

그는 자신의 전생을 보고 전생에서 지은 죄에 대한 참회까지 하고 난 뒤 머리 깎고 산에 들어갈 생각은 완전히 지웠다고 했다. 물론 100% 전생의 업장(業障)이 소멸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자신의 생각으로는 30% 정도는 남아 있는데 나머지는 살아가면서 지워내기로 했다. 그런 경험을 하면서 2007년부터는 동양학 이론 공부를 시작했다.

"학위가 없는 도사는 사이비로 취급하는 세상이 도래했다. 50세 이후, 세상에 나설 때를 대비해 공부를 한 것이다. 원래 사람을 보고 당사자의 마음, 적성, 잠재적 능력을 파악하는 관상학으로 학위 과정을 하고 싶었지만 전국 어느 대학에서도 가르치거나 받아주는 데가 없었다. 그래서 사람 대신 산의 얼굴과 마음을 보는 풍수학으로 학위를 땄다. 사람의 상(相)을 보는 게 관상학이라면 산의 상을 보는 게 풍수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12년 그의 나이 48세. 18대 대선을 지켜보면서 그는 자신의 직관을 발휘했다. 사람을 동물에 비유한 '동물 관상학'으로 대선 후보들의 관상평을 언론에 기고하면서 화제를 일으켰다. 그러나 본명이 아니라 성암산인(聖岩山人)이라는 별칭을 사용해 쓴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도록 했다.

"내 나이가 아직 50이 되지 않아서 사회에 얼굴을 드러낼 때가 아니라고 보았다. 다만 18대 대선이 너무 중요하고, 내가 동물관상학으로 지목한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테러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필명으로나마 기고한 것이다."

그가 지목한 대통령 당선자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그는 기고문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를 호랑이, 문재인 후보를 소, 안철수 후보를 거북, 이정희 후보를 개에 비유했다. 그래서 18대 대선 양상을 호랑이 대 투우(소)의 싸움에 시추(개)가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고, 거북은 싸움터에서 한발 떨어져 느릿느릿 훈수를 두는 것으로 묘사했다. 또 호랑이상(虎相·호상)인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 "호랑이는 단독 생활을 하며 사냥도 혼자 한다. 호상을 지닌 사람은 그래서 주변에 지인들이 많아도 혼자 지내려는 경향이 있다. 과묵하다가도 한번 화를 내면 천지가 진동하고 상대는 두려움에 떤다. 살기(殺氣)를 동반하는 호랑이상은 자해를 부를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위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호랑이상에 대해 더 재미있는 설명도 해줬다.


박근혜와 김무성은 같은 호랑이상

"대부분의 호상들은 은둔형으로 자칫 독재적이거나 소통이 부족하기 쉽고, 하나같이 배짱이 좋은데다 대범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둘 다 호상이다. 호상은 백수의 왕답게 2인자가 되는 걸 극도로 꺼린다. 사자는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협동이 가능하지만 호랑이는 두 마리만 모여도 서로 으르렁댄다. 그래서 관상학적으로 두 사람이 사이좋은 관계가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고(故) 김정일 위원장도 같은 호상이었다. 김 위원장은 북한 주민들을 탄압한 독재자이지만 관상학적으로 보면 야생 숫호랑이상이기 때문에 세계 최강국인 미국을 상대로 벼랑 끝 전술도 주저하지 않았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호랑이상이긴 하나 야생에서 동물을 잡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전투력에 있어서는 약한 면도 있다."

정재계를 비롯한 한국의 주요 인물들에 대한 그의 동물관상평은 죽 이어졌다. 기자는 그의 관상학 얘기를 들으면서 "성형을 하면 관상 운이 바뀌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한 사례를 들려줬다.

"30억 원 정도의 자산을 가진 지인이 요즘 흔하게 하는 '애교살 만들기' 수술을 받은 후 걸어 나오다가 병원 로비에서 쓰러졌다. 응급실에 실려 간 지 1주일 후에 사망했다. 그녀는 수술 일주일 전 내게 '10분 만에 끝나는 간단한 수술인데 해도 괜찮겠느냐'고 물어왔다. 나는 '절대 하지 말라'고 말렸는데 듣지 않았다. 애교살은 관상에서 와잠(臥蠶·눈 밑의 도드라진 부분)이라고 한다. 그녀는 와잠 부위에 복(福)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런데 그런 복주머니를 칼로 잘라내 버리고 말았으니 복이 줄줄 흘러내린 것이다. 복이 다하면 사업가는 망하고, 일반인은 병이 찾아오거나 죽음과 맞닥뜨리기 쉽다. 사람마다 복 부위가 다 다르니 성형은 신중해야 한다."

그는 사람마다 얼굴 형태와 골격이 다르기 때문에 요즘처럼 똑같이 하는 성형은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관상은 무난한데 일이 잘 안 풀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이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관상과 그 관상에 맞는 이름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 좋은 운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어쨌거나 그는 나이 50세가 되던 2014년(갑오년)에 본격적으로 자신을 세상에 드러냈다. 그간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밝히지 않았던 '성암산인'이 바로 자신이라고 밝혔다. 2013년 관상을 주제로 한 영화 '관상'이 흥행을 한 것도 본인이 나올 때를 알려주는 신호탄으로 생각했다. 물론 그의 직관이다. 그는 2014년 경북지방공무원교육에서 관상과 풍수를 주제로 특강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강의와 상담을 하고 있다.

"교육, 기업, 정치, 행정 등 각 분야에서 관상학은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기업에서 관상을 보아 당사자의 적성과 능력에 맞게 자리를 배치하면 업무 만족도와 효율성을 매우 높일 수 있다. 교육 분야에서도 아이들의 진로 진학을 상담할 때 관상을 통해 추출해낸 적성과 잠재력 자료를 참고하면 아이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관상학은 우리 사회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편이며, 잘 활용하면 행복한 인생을 누리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래서 그는 그동안 음지(陰地)에 있던 관상학 등 동양의 술수학을 양지(陽地)로 끌어내고 싶어 한다. 그가 지금 구상하는 건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할 좋은 인재들을 양성하는 '국가인재양성재단.' 다양한 분야에서 꿈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내 잠재적 능력을 최대한 북돋아줌으로써 국가와 국민에 봉사하는 지도자로 키우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꿈을 소중히 생각하는데, 그의 꿈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안영배 전문기자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