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가 웃기는 것은 우리 자신도 모르게 빠져드는 일상 속의 비합리적이거나 비논리적인 면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개그는 웃음의 가면을 쓴 비판이다. 비판인 이상 허위냐 사실이냐가 문제가 될 수 있다. 개그맨이 자신이나 친한 동료를 웃음의 소재로 삼는다면 허위든 사실이든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그 개그맨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편을 웃음의 소재로 삼을 땐 얘기가 달라진다. 사실에 기초했다면 풍자라고 해서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지만 허위에 기초할 때는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영미법에서 이것을 명예훼손성 유머(defamatory humor)라고 한다.
▷군이 상명하복의 조직이다 보니 일반 사회의 기준으로 보면 웃기는 일이 많다. 여기서 웃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비합리적인 것을 말한다. 김제동이 정말 장군의 아내를 아주머니로 불렀다가 영창에 갔다면 그야말로 웃기는 일이다. 군대 갔다 온 남자치고 군대에서 웃기는 일 한두 가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얘기려니 하고 웃었는데 사실이 아니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