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횡설수설/송평인]김제동의 거짓말 개그

입력 | 2016-10-08 03:00:00



 개그맨들은 자기들끼리 ‘짠다’는 말을 종종 한다. 개그맨들은 개그의 소재를 실제 경험에서 많이 얻지만 그런 경험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때로는 있지도 않은 경험을 실제 있었던 것처럼 짜내서 웃기기도 한다. 김제동이 방위병으로 복무할 때 장성들이 모인 한 행사에서 사회를 보면서 어느 4성 장군의 아내를 아주머니로 불렀다가 13일 동안 영창에 수감됐다는 얘기도 알고 보니 웃자고 짜낸 얘기였다.

 ▷개그가 웃기는 것은 우리 자신도 모르게 빠져드는 일상 속의 비합리적이거나 비논리적인 면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개그는 웃음의 가면을 쓴 비판이다. 비판인 이상 허위냐 사실이냐가 문제가 될 수 있다. 개그맨이 자신이나 친한 동료를 웃음의 소재로 삼는다면 허위든 사실이든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그 개그맨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편을 웃음의 소재로 삼을 땐 얘기가 달라진다. 사실에 기초했다면 풍자라고 해서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지만 허위에 기초할 때는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영미법에서 이것을 명예훼손성 유머(defamatory humor)라고 한다.

 ▷군이 상명하복의 조직이다 보니 일반 사회의 기준으로 보면 웃기는 일이 많다. 여기서 웃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비합리적인 것을 말한다. 김제동이 정말 장군의 아내를 아주머니로 불렀다가 영창에 갔다면 그야말로 웃기는 일이다. 군대 갔다 온 남자치고 군대에서 웃기는 일 한두 가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얘기려니 하고 웃었는데 사실이 아니었다.

 ▷김제동은 자신의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 증인 채택 논란이 일자 “웃자고 한 얘기를 죽자고 달려들면 답이 없다”고 받아쳤다. “방위가 퇴근 후 남아 회식 사회 본 것 자체가 군법 위배다. 국감장에서 얘기하면 골치 아파질 것”이라고 협박하듯 말했다. 웃자고 한 거짓 얘기보다 웃자고 한 얘기가 거짓으로 드러났을 때 보인 태도가 더 개그맨답지 못하다. 진짜 일류 개그맨이라면 짜낸 얘기임이 드러났을 때 깨끗이 ‘미안하다’고 하지 딴지 같은 건 걸지 않았을 것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