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으로 취업학생 편법출석… 눈감아주던 대학 관행에 비상 학생들 수업권 보호해야 할 교육부… 되레 기업 편에 서서 대학 학칙 바꾸라니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나 역시 ‘4년제 대학 나와 봐야 제대로 된 직장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통념이 팽배한 상황에서, 고등교육의 본질이나 대학의 위상을 운운하는 것이 얼마나 대책 없고 비현실적인지 모르는 바 아니다.
하여 나도 매 학기 첫 수업 시간이면 ‘이번 학기 졸업할 학생’을 확인한 다음, ‘혹 취업이 확정되면 출석은 인정해 줄 테니 취업확인서를 제출할 것. 다만 성적을 위해선 산출 근거가 필요하니 시험은 반드시 참여하고 과제는 온라인으로 제출해도 무방함’을 공지하곤 한다. 청년실업 시대라는데,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데, 학생의 인생이 걸린 일이니, 눈 딱 감고 양보해 주자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정말 의외의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자니 당혹스러움이 밀려온다. 어려운 관문을 뚫은 기쁨도 잠시, 행여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안절부절 불안에 떨고 있는 학생들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건 교육부의 무책임한 저자세다. 대학을 향해 취업한 학생들을 구제할 수 있도록 학칙 개정을 권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교육부의 ‘늑장 대응’ 때문에 취업한 청년들이 발목을 잡혔다고 비난하는 목소리 또한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기는 매한가지다.
원래 대학의 학사 일정은 교육부가 정한 법에 따라 1학기 16주로 정해져 있고, 3학점을 취득하려면 인문사회계의 경우는 1주일에 3시간 수업을 이수해야 한다. 기업이 대학의 학사 일정을 모를 리 없다. 봄 학기는 6월 둘째 주에, 가을학기는 12월 둘째 주에 끝나고, 졸업식은 2월과 8월에 진행된다. 적어도 신입사원 후보들이 4학년 마지막 학기를 안심하고 마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기다려주는 것이 불가능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물론 인재 전쟁 시대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여 미리 선발한 인재들이 다른 기업에 갈까봐 ‘입도선매(立稻先賣)’하려는 기업의 전략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기업이 내세우는 명분의 이면에는 솔직히 ‘대학에서 배우면 얼마나 배우랴, 현장에선 쓸모가 없는 것을’과 같은 대학교육 폄하가 깔려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두어 달 먼저 현장에 투입했다고 해서 개인의 인적 자원 개발이 획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도 분명하지 않은가.
졸업 후 사회생활 경험 2, 3년 차 제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고백인즉, “4학년 마지막 학기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 것이 못내 후회스럽다”는 것이다. 당시엔 출근할 곳이 생겼다는 기쁨에 들떠 학교 강의를 우습게(!)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반성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