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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체능 ‘몰래 레슨’ 더 은밀해진 유혹

입력 | 2016-10-08 03:00:00


 

서울의 한 대학 미술과 A 교수는 최근 잇단 학부모의 개인 교습 청탁 전화에 골치를 썩고 있다. 매년 수시입학 시즌에 고교 3학년 대입 수험생을 상대로 집중 개인 교습을 진행했는데 올해도 해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A 교수는 “김영란법 때문에 안 된다고 해도 애걸복걸하는 통에 거절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공공연하게 가욋돈을 벌던 대학교수들에게도 직격탄을 날렸다. 그동안 일부 교수들은 불법임에도 고3 입시생 및 예체능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인 교습을 해왔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에 따라 교수의 과외 교습은 금지됐지만 좋은 대학 입학을 원하는 수요가 높아 관련 시장 규모가 수천억 원에 이를 정도였다. 통상 교수의 개인 교습비는 시간당 30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 수준. 자식이 좋은 대학에만 들어가면 된다는 부모들의 과도한 욕구와 혹 신고한 게 알려지면 관련 업계에서 영원히 ‘낙인’찍힌다는 두려움에 서로 신고를 하지 않아 속칭 ‘교수 맞춤형 개인 레슨’은 공공연하게 진행돼 왔다.

 하지만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교수들이 몸을 사리게 됐다. 법 적용 대상자인 교수가 개인 교습비로 회당 100만 원, 연 300만 원 이상을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과거나 지금이나 법은 비슷하지만 법 시행으로 지켜보는 눈이 많아져 걸리면 망신이란 생각에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반면 자식의 대입을 앞둔 학부모들은 막무가내다. 수도권 음대 B 교수는 재수생을 둔 어머니가 ‘우리 아이를 마지막으로 봐 달라’ ‘비용은 전액 일시불 현금으로 내겠다’고 강하게 졸라 곤란했다고 했다. 음대 입시를 준비하는 자녀를 둔 김모 씨(50·여)는 “알음알음 다 하는데 우리 아이만 개인 교습을 못 받을까 봐 걱정”이라고 우려하며 “아이에게 최고의 교육을 해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레슨 수요’에 교수들이 ‘잠수’를 타면서 시간강사의 인기가 높아졌다. 학원법에 따르면 시간강사도 교육감에게 신고하지 않고 개인 교습을 하면 불법. 하지만 고등교육법에 따른 교원에는 속하지 않아 김영란법 대상자는 아니다. 이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시간강사들이 교수들이 빠진 틈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시간강사 C 씨는 “예전에는 잘나가는 대학교수에게 개인 교습 요청이 넘쳤는데 지금은 시간강사들이 그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간강사 D 씨에 따르면 지난해 20만 원이던 시간당 레슨비가 지난달부터 30만 원으로 오르는 등 시간강사의 레슨비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