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도전하는 배우 3인방이 뭉쳤다. 이병헌, 손예진, 윤여정(맨 왼쪽부터)은 한국영화기자협회와 함께 하는 ‘오픈토크-더 보이는 인터뷰’에서 진솔한 인생 이야기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 ‘오픈토크’ 빛낸 이병헌·손예진·윤여정의 ‘진솔한 이야기’
손예진 “전도연·김혜수 선배와 ‘킬 빌’ 같은 영화 찍고 싶어”
윤여정 “마지막 순간까지 연기를 하다가 죽는다면 큰 축복”
화려한 배우도 관객과 가깝게 만나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만큼은 ‘무장해제’가 된다. 영화를 계속하게 만드는 힘이 관객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다.
이병헌과 손예진 그리고 윤여정도 같은 마음으로 6일 개막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첫 번째 주말을 뜨겁게 달궜다. 7일과 8일 ‘한국영화기자협회와 함께하는 오픈토크-더 보이는 인터뷰’에 차례로 오른 이들은 관객의 열띤 환호, 박수, 공감을 끌어냈다. 그에 응답하듯 배우들은 저마다 돌아온 ‘삶’을 꺼냈다.
이병헌은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새로 얻었다. “오랜 시간 갖고 싶은 말”이라는 게 그의 솔직한 마음. 지금껏 30여 편에 출연하면서 “인생의 작품”으로 꼽는 영화는 ‘달콤한 인생’이다. 애정도 크지만 할리우드 진출의 계기가 된 영화이기에 더 각별하다.
이병헌은 할리우드에 주력하는 이유를 이번 오픈토크에서 처음 공개했다. 이병헌은 “17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는 ‘영화광’이었다”며 “아버지께서 지켜보고 있다는 믿음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고 밝혔다. 할리우드에서 늘 부친을 떠올린다고 했다.
관객의 궁금증에 명쾌한 답도 내놨다. ‘내부자들’ 후속편 제작 가능성에 “속편은 안 된다”고 반대했다. 이유가 있다. “범죄 영화가 많아지는 데는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대신 인간을 다루는 휴먼 드라마, 마음껏 웃는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했다.
● 손예진 “여배우들과 ‘킬 빌’”
샛노란 원피스를 입은 손예진이 무대에 오르자 남성 관객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올해 손예진은 스릴러 ‘비밀은 없다’, 시대극 ‘덕혜옹주’를 두 달 차이로 내놓았다. 모두 여주인공이 원톱으로 나선 작품. 손예진은 “20 대부터 노역까지 맡은 ‘덕혜옹주’를 통해 ‘많은 관객에게 공감을 주는 배우가 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겼다.
17년간 연기한 과정은 “마라톤”에 비유했다. “긴 계획을 세우지 않고, 한 작품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한다”는 그는 “집착의 마음은 버리려 한다”고도 했다.
● 윤여정 “마지막 순간까지…”
오픈토크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주역은 칠순의 배우 윤여정. 데뷔 50주년을 맞은 그는 20∼30대 관객을 향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돈을 따지지 말고 몰두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다보면 각자 가진 진가를 모두 알아주는 날이 올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지나온 50년을 두고 “찬란한 기억 보다 고통의 순간이 더 많았다”는 윤여정은 “타성에 젖어 오염되고 있다는 사실이 지금도 무섭고 두렵다”고 했다. 그가 새 영화 ‘죽여주는 여자’를 직접 소개할 때, 관객은 숨죽여 경청하기도 했다.
윤여정은 “외면하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재용 감독은 외면하지 않고 그렸다”면서 “누구나 소수자가 될 수 있지 않으냐”는 물음을 던졌다. 또한 이번 작품을 통해 “죽음을 생각하게 됐다”고도 했다. 그의 바람은 늘 연기와 함께 한다. 윤여정은 “마지막 순간까지 연기를 하다 죽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큰 축복”이라고 말했다.
해운대(부산)|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