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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눈]귀족노조 극한파업이 양극화 불렀다

입력 | 2016-10-10 03:00:00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 사회의 아킬레스건은 양극화로 압축되는 ‘소득 불평등’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성장과 분배는 동학관계에 있다. 성장의 과실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성장은 서서히 멈춘다. 저금리는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자본소득분배율이 높아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누가 어떤 기준으로 근로소득을 가져가는가’가 중요하다. 그동안 양극화 원인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 규제완화’ 등이 거론돼 왔지만 한국 사회에서 간과되어 온 양극화의 가장 큰 원천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된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다.

 누구도 현재의 가장 절실한 정책과제가 노동개혁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노동개혁의 골간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꾀하고 생산성에 상응하는 ‘공정임금’ 지급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후자를 보자. 근로자와 사용자가 자유롭게 구직·구인을 할 수 있다면 시장에서 생산성만큼 임금이 지급되어 공정성이 확보된다. 생산성과 임금이 일치하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달성되므로 공정성은 효율성을 내포한다. 생산성에 해당하는 ‘기회임금’이 지급된다면 해고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다른 곳에서 지금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극단적 구호는 그동안 노동생산성 이상의 임금을 받아왔다는 것을 고백한 것이다. 노동조합이라는 보호막이 불공정 임금을 낳은 것이다.

 정규직 노조가 기득권을 공고히 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협력업체 간 임금 격차는 확대되고 있다. 민주노총의 핵인 현대자동차의 2015년 정규직 임금 평균은 9600만 원으로 같은 해 근로자 상위 10% 연봉 6432만 원을 훨씬 웃돈다. 하지만 1차 협력업체 근로자의 평균연봉은 현대차 정규직의 65%다. 2차는 34%, 3차 30%에 불과하다.

 한국적 현실에서 대기업 정규직이 철옹성인 이유는 ‘경영상 긴박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고용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동조합이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것은 노동관련 법제가 노동 쪽에 편향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용자가 파업 기간에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해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고 그 중단된 업무를 도급 또는 하도급을 줄 수 없다. 사실상 파업을 부추긴 것이다. 파업투쟁을 통해 거의 매년 임금을 끌어올렸다. 내부자인 조합원의 근로조건은 개선되지만 청년 구직자는 외부자로 남아 ‘내부자-외부자’ 문제가 누적됐다.

 그러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누가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 민노총은 이를 ‘기업 몫’으로 돌리고 있다. 그들이 언급한 ‘재벌 개혁’은 암묵적으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 하지만 귀족노조의 독식구조를 혁파하기 위해서는 노사 간의 ‘무기대등의 원칙’(equal footing)이 적용돼야 한다. 근로자의 ‘파업권’에 대해 고용자의 ‘경영권’, 즉 대체인력 투입권이 보장돼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되어야 비정규직 문제, 더 나아가 소득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전체 근로자의 10%도 안 되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나머지 90% 근로자의 이익을 침탈해 왔다. 귀족 노조는 협력업체의 희생을 담보로 파업을 연례화했다. 대기업 정규직의 기득권이 비정규직 문제, 더 나아가 소득 불평등 문제의 본질인 것이다. 정규직의 과보호를 걷어내는 것이 노동개혁의 관건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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