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특검공화국 지적 있지만 국감 증인 막으면 어쩔수 없어” 與 반대… 법사위 통과 쉽지않아
야권이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을 구상하고 있다.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 대한 상설특검안을 제출한 데 이어, 야 3당이 두 번째 특검안을 제출하면 국정감사 이후 ‘특검 정국’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은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여당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 두 재단의 설립 의혹과 관련된 증인을 한 명도 받아주지 않는 상황에서 ‘특검 카드’밖에 없다는 얘기다.
더민주당은 6일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검찰이 미르·K스포츠 재단 고발 사건을 특수부도 아닌 경찰의 소송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당했다”며 “또 한 번 특검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을 때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새누리당이 관련 증인 채택을 전면 봉쇄하자 기류가 바뀐 것이다. 더민주당 관계자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특검공화국이냐’는 비난을 우려해 주저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제는 어쩔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백남기 농민 상설특검안을 여소야대인 본회의에서 직접 처리할 수 있느냐에 대해 일단 더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일반 의안과 마찬가지로 법사위에 상정해야 한다는 국회 사무처의 유권해석을 따른 것이다. 그렇다면 미르·K스포츠 재단 상설특검안도 제출되면 역시 법사위를 거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법사위는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위원장이다. 또 상설특검안을 심의할 법사위 법안소위도 여야 동수로 구성돼 있다. 여당이 동의하지 않는 한 상설특검안이 법사위에 상정될 확률은 매우 낮은 셈이다.
물론 법사위에서 ‘두 건’의 상설특검안이 여당의 반대로 심의조차 안 되는 상황은 야당에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관측도 있다. 내년 대선까지 청와대와 여당을 끊임없이 공략할 명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민주당의 수도권 한 중진의원은 “우리는 오히려 느긋하다.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대선에서 누구에게 더 손해일지는 명확하다”며 “청와대와 정부가 조만간 두 재단의 의혹과 관련해 ‘꼬리 자르기’ 식으로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