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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도발 北’ 포용론 띄우는 野주자들

입력 | 2016-10-10 03:00:00

문재인 “사드 배치절차 잠정 중단”… 박원순 “북방뉴딜로 남북 경협 재개”




 지난달 5차 핵실험에 이은 북한의 추가 도발이 우려되는 가운데, 야권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제재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북방 뉴딜’ 구상을 처음으로 공개하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절차의 잠정 중단’을 주장하는 등 두 사람이 야권 지지층을 놓고 신경전을 펼치는 듯한 양상도 벌어졌다.

 박 시장은 이날 전북 전주YMCA 초청강연회 ‘평화통일과 대한민국의 미래’에서 “한국의 자본과 기술, 중국과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해 새로운 공업·산업단지를 개발하고 러시아 중국 유럽 일본이라는 거대 시장으로 진출하는 북방 뉴딜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한반도 종단철도를 연결하면 우리나라가 대륙으로 연결돼 저성장에 빠진 한국 경제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개성공단 폐쇄 등 정부의 대북 강경책은 강하게 비판했다. “(개성은) 북한군의 주요 남침 경로였고, 북한의 입장에서 군사적 요충지”라며 “안보를 생각하는 정부라면 이런 결정을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우선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며 “인도적 지원으로 시작해 풀뿌리 교류로 문화적 인적 교류와 경제협력이 쌓여 평화가 만들어지고 (나아가) 정치적인 법적 통일이 뒤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박 시장은 이어진 질의응답에선 “내년 (대선)엔 새 역사가 쓰일 것”이라고도 했다. “문제는 정치고 리더십이다. 답답하고 억울하고 한 맺힌 지금의 고통을 솜씨 있고 스마트하게 풀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면서도 “꼭 저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며 자신의 대선 경쟁력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최근 싱크탱크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선 문 전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사드 문제에 대한 제안’이라는 글을 올리고 최근 안보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제 와 정부가 동맹국인 미국과 한 합의를 번복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드 배치 절차의 잠정 중단을 박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그는 “정부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결정하고 부지까지 선정함으로써, 전 세계를 향해 북핵 불용 의지와 단호한 대응 의지를 충분히 밝혔다”며 “사드 배치를 위한 제반 절차를 잠정 중단하고, 북핵을 완전히 폐기시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다시 하자”고 주장했다. 이어 “북핵 폐기를 논의하는 데는 4자회담이든 6자회담이든 형식에 구애됨 없이 진행할 수 있다”며 북한과의 협상 재개 주장도 펼쳤다.

 문 전 대표는 올해 2월만 해도 사드 배치가 실익이 없다며 부정적이었지만 이번에는 ‘잠정 중단’이라며 사실상 사드 배치 반대를 철회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공교롭게도 박 시장과 같은 날 경쟁적으로 안보 이슈에 대한 견해를 내놓은 것에 대해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문 전 대표가 그동안 고민해온 것을 밝힌 것일 뿐”이라며 “사드 배치 반대가 아닌 대안 제시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 정권에 대한 비판이나 북핵 폐기를 위한 확실한 대안 없이 대화 재개나 북방 뉴딜 같은 경제협력, 외교적 협상 등만 강조하는 것은 선후가 바뀐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김성원 대변인은 “사드 배치를 단순히 북핵 불용의 대외적 의지 표명으로만 보는 문 전 대표의 안일한 인식도 충격적이다”고 비판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강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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