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美대선 2차 TV토론]美언론 ‘트럼프 음담패설 공방’ 전망
“미국 대선 역사상 가장 비교육적이고 추잡한 TV토론이 될지 모른다.”
9일 저녁(한국 시간 10일 오전)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에서 열리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69)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70) 간 2차 TV토론에 대해 미 언론들은 이렇게 전망했다.
CNN 앵커 앤더슨 쿠퍼와 ABC방송 마사 래대츠 기자가 공동 사회자로 나서는 이날 토론의 최대 쟁점은 트럼프의 음담패설 비디오 파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은 트위터에서 “끔찍하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도록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고, TV토론에서도 문제 삼을 것이라고 CNN이 전했다. 트럼프는 수많은 성(性)추문을 낳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물고 늘어지며 “당신 남편은 나보다 더하다”고 반격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음담패설 비디오에 대한 사과 성명에서도 “빌은 훨씬 심한 말도 했다. 나는 거기에 미치지도 못한다. 빌은 실제로 여성을 성폭행했고 힐러리는 그 피해자들을 협박하곤 했다”고 주장했다.
2차 TV토론은 일반 방청객도 자유롭게 질문을 던지는 ‘타운홀 미팅’ 형식이다. 사회자와 두 후보 간 질의응답으로 진행된 1차 토론과 달리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극적인 반전이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트럼프 캠프 관계자들은 “역대 타운홀 미팅에선 인간적 면모를 보이는 후보가 큰 호응을 받았다. 트럼프는 클린턴처럼 인간적으로 보이는 연습을 할 필요가 없다”며 트럼프에게 유리한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클린턴 캠프 측은 “클린턴은 현장을 다니며 유권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다양한 질문에 답변하는 걸 즐기기 때문에 타운홀 미팅에 대한 연습이 충분히 돼 있다. 대형 유세만 선호하는 트럼프는 이번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타운홀 미팅 토론에선 후보들의 눈빛이나 손짓 등이 표심(票心)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1992년 TV토론에서 재선에 도전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국가부채가 당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줬느냐. 만약 아무 영향도 받지 않는다면 (부채의 큰 영향을 받는) 일반 국민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느냐”는 젊은 여성의 질문을 받았다. 그는 초조하게 손목시계를 보며 딴짓을 하다가 “국가부채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금리와 큰 관계가 있다”라는 무성의한 답변을 했다. 미 언론들은 이 순간을 “부시의 대재앙”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경쟁 후보였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답변 차례가 되자 벌떡 일어나 그 질문을 한 여성에게 다가가 “부채가 당신 삶엔 어떤 영향을 줬느냐”고 되물었고, 청중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을 땐 입술을 깨물며 공감을 나타냈다. CNN은 “당시 타운홀 미팅엔 부시, 빌 클린턴, 무소속 로스 페로 후보 등 3명이 있었지만 TV를 시청한 사람들의 머릿속엔 ‘빌 클린턴과 시민(청중)’만 남았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클린턴이 1992년의 남편만큼 할 수 있느냐도 관전 포인트”라며 “타운홀 방식의 토론은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보다 ‘자기 얘기’를 하고 그에 대한 청중의 공감을 얻어내야 승자가 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