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자 셀린 알바레즈 ‘아이들의 자연 법칙’
그러나 그런 규율 뒤에 숨겨진 또 하나의 교육 방식이 있었으니 바로 자율성 강화다. 4세부터 부모와 떨어져 유치원에서 단체 여행을 간다. 그것도 5일씩이나.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고 우는 아이도 있지만 부모도 유치원도 그러려니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옷이나 신발도 아이들 스스로 입는다. 그 속에는 애에게만 내 시간을 투자할 수 없다는 부모의 개인주의도 한몫한다. 좋게 말하면 아이에게 희생하고, 나쁘게 말하면 아이의 인생에 간섭하는 우리 부모보다 부모와 자식 관계가 훨씬 독립적이다.
이런 프랑스를 강타한 책이 새로 나왔으니 언어학자 셀린 알바레즈의 ‘아이들의 자연 법칙’(사진)이다. 지난달 프랑스에서 책이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1, 2위를 다투고 있다. 이 책의 요지는 지금보다 아이들에게 더 개입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두라는 것이다. 부모가 자꾸 훈계하고 가르치면 잠재력을 억제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실험은 3∼5세를 한 반에서 같이 가르친다. 어릴 때는 연령에 따라 발육과 지능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세분해서 수준별 수업을 해야 할 것 같지만 알바레즈는 여러 연령의 아이들이 함께 수업을 받는 게 훨씬 좋다고 강조한다.
핵심은 상호작용이다. 지금 유치원은 같은 연령의 아이들만 넣고 수업은 주로 선생님 위주로 진행된다. 한두 명의 선생님이 25명 안팎의 아이와 상호작용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거다. 알바레즈 교육법은 친구뿐 아니라 언니 오빠 동생과 함께 생활하면서 설교 위주의 엄격한 분위기가 아닌 생기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함께 웃고 돕고 일하고 나누면서 자율성과 사회성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알바레즈는 매년 학습법의 결과를 측정했는데 교육 효과가 탁월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첫해부터 소리에 대한 인식, 숫자에 대한 이해, 단기 기억 등이 학년별로 수업 받던 아이들보다 나아지기 시작했다. 3년 수업을 마치고 보니 수학은 최소한 한 학년, 읽기 능력은 일반 아이들보다 1년 반을 앞섰다. 둘째 아이가 대체로 첫째 아이보다 말도 빠르고 눈치도 빠른 것과 비슷한 효과일까.
알바레즈의 또 다른 팁을 소개하면 3세부터 아이들이 집안일을 하도록 한 아이들은 집안일을 안 하거나 더 나이 들어 시작한 아이들보다 자기 통제, 책임감, 자율성이 높았다. 역시 가족, 친구와의 상호작용이 핵심이다.
알바레즈는 부모가 이런 자세로 자식을 도와줘야 한다고 정의했다. “넌 할 수 있단다.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너는 그것을 해야만 하고 나는 네가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단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