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이 인기라는데, 정말 삼겹살 등 지방만 먹어도 살이 빠지나요? 요즘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에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살을 빼는 데 단기적인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실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탄수화물 섭취를 극단적으로 줄이면 우리 몸은 일차 에너지원인 탄수화물 대신 몸속 지방을 분해해 케톤을 만들어 탄수화물 대체 에너지로 이용합니다. 즉, 우리가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로 몸에 있는 지방을 활용한다는 말입니다. 섭취한 지방도 몸속에 쌓이지 못하고 케톤으로 변하거나 변으로 빠져나갑니다. 하지만 사람은 이런 식이를 장기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에 다시 체중이 증가합니다. 즉, 원래 습관대로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하는 순간 몸속에 지방을 만드는 호르몬의 분비로 요요현상이 발생하는 것이죠.
더구나 지방에서 분해된 케톤은 극한 상황에서 에너지원으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유독성 물질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두통이나 피로감 등을 느낄 수 있죠. 물론 건강한 신체에선 폐와 콩팥을 통해 케톤의 독성이 중화되지만 당뇨병 등으로 콩팥의 기능이 떨어졌다면 몸속에 케톤이 많아지는 케톤산증이 발생해 혼수와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세계적인 의학 잡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보고된 2년간의 다이어트 실험 결과는 어떤 종류의 음식 조합도 체중 감량 효과는 비슷했을 뿐 아니라 6개월 이후에는 조금씩 체중 증가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지속적인 식이 유지가 어렵기 때문이죠. 모두에게 적합한 완벽한 다이어트 방법은 없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자신의 식이 취향에 맞는 음식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칼로리를 줄이는 방법뿐입니다.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