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앨버트 루툴리 아프리카민족회의 의장(1960년), 안드레이 사하로프 소련 반체제 인사(1975년), 아웅산 수지 미얀마 외교장관(1991년)도 인권에 대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탔다. 하지만 인권과 평화는 보는 시각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개념이다. 나치 독일의 양심수인 카를 폰 오시에츠키가 1935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히틀러는 모든 독일인의 노벨상 수상 불가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화풀이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198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됐을 때는 중국이 반발했다.
▷한국 유일의 노벨상 수상자인 김대중(DJ)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 제정 100주년인 2000년에 상을 받았다. 그해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이 결정적 요인이었다. 역대 정부는 DJ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막기 위해 ‘산림정책’ ‘조선사업’ 같은 이름의 공작을 벌였다고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이 회고록에서 밝혔다. 정작 이 전 원장도 1995년부터 DJ를 위해 노벨 평화상 사전 정지작업에 나섰다. 이런 큰 상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만으로는 안 되는 모양이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