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춘몽’의 한예리는 ‘단골손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는 영화제의 참 멋을 알았다”는 그는 자신의 영화를 소개하기 위해 참석했지만 다른 작품을 찾아보며 즐기고도 있다. 동아닷컴DB
■ 그녀에게 더 각별했던 ‘레드카펫’
TV드라마 주연 포기하고 장률 감독 작품 올인
부산의 뮤즈로 조명…“영화제의 참 멋 느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빼놓기 어려운 여배우를 꼽자면 단연 한예리(32)다.
최근 3∼4년 동안 한국영화에서 착실하게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온 한예리가 주연한 ‘춘몽’(감독 장률·제작 률필름)이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되면서 ‘부산의 뮤즈’로 떠올랐다. 거의 매년 영화제를 찾았지만 올해는 각별할 수밖에 없다. 부산에서 만난 그는 “사람들과 어울려 영화 얘기하는 데 익숙했다면 올해는 영화제의 참 멋을 알았다”고 했다.
‘춘몽’은 지금껏 한예리가 출연한 다양한 장르의 영화 가운데 가장 개성이 강한 작품이다. 서울 수색을 배경으로 한예리와 그를 둘러싼 세 남자가 겪는 일상을 그린다. ‘동네 한량’이나 다름없는 세 남자는 양익준, 박정범, 윤종빈 감독이 나눠 연기했다. 저마다 인정받는 감독들이 실명 그대로 출연해 한예리를 향해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한예리는 세 명의 감독과 연기를 하며 “감독에게 한 편의 영화는 인생을 좌우할 만큼 소중하다”는 사실을 엿봤다. 연기하는 세 감독은 배우 그 이상으로 철저하게 준비를 해왔고, 그 모습은 그대로 ‘자극’이 됐다.
배우로서 감독들의 연기력은 어떻게 평가할까. 질문을 받고 “절대 말할 수 없다”면서 웃던 그는 “너무 위험한 질문”이라며 대답을 거절했다. 다만 “늘 어디선가 같이 술을 마시고 영화 얘기를 나눴던 감독들”이라며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 ‘춘몽’에 도움이 된 건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13일 개봉하는 ‘춘몽’은 여러 갈래로 해석될 만한 흑백영화다.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이야기, 각각의 인물과 그들의 관계 역시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한예리는 올해 초 출연 제안을 받고 당시 논의하던 TV드라마 주인공 자리를 거절했다. 대신 장률 감독과 작업에 ‘올인’했다.
“장률 감독은 배우는 물론이고 스태프에 전부 스케치북과 물감을 주고 마음껏 그림을 그리게 한다.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한다. 내 방향을 내가 정하게끔 해준다.”
한예리는 영화는 물론 드라마로도 최근 영역을 넓혔다. “여러 고민 하지 말고 ‘꽂히면 가자’는 심정으로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결심으로 나선 활동의 확장이다. 꿈은 계속된다. 한국무용을 전공하고 지금도 매년 무용 공연에 나서는 한예리는 “50살, 60살이 돼서 무용을 다룬 영화가 있다면 꼭 출연하고 싶다”며 “다른 배우가 맡는다면 아주 속상할 것 같다. 배우로서 나만큼 무용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분주한 영화제 일정 속에 한예리는 가까스로 시간을 쪼개 벼르던 영화 한 편을 챙겨봤다. 갈라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다. 배우로서뿐 아니라 영화 팬으로서도 영화제를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