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술집도 막걸리-약주-청주 직접 만들어 판매 가능
서울 마포구 동교로 ‘느린마을양조장&펍 연남점’에서 박진국 점장이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 이처럼 소규모 전통주 제조가 올해 2월부터 가능해지면서 전통주 시장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곳 막걸리를 맛본 직장인 양모 씨(35)는 “시중에 판매되는 막걸리보다 텁텁함이 덜해 마시기 편하고 음식과 궁합도 잘 맞는 것 같다. 카페 같은 분위기도 맘에 든다”고 말했다. 이 식당에서 막걸리를 만드는 곳은 사람 한 명이 들어가서 작업할 정도로 작은 공간이다.
이처럼 소규모 식당에서도 막걸리를 만들어 파는 것은 지난해까지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주세법 시행령이 바뀌어 ‘작은 술집이 만든 술’이 가능해졌다. 국세청이 막걸리, 약주, 청주를 만들 수 있는 시설 기준을 낮췄기 때문이다. 기존에 맥주만 해당됐던 ‘소규모 주류 제조자’의 대상 주류에 전통주 3종을 포함시켰다. 1000L 이상 5000L 미만의 용기를 갖춘 곳에 소규모 주류 제조 면허를 발급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나선 곳은 전통주 업체인 배상면주가다. 업체는 주세법 개정 이후 소규모 양조장 기준에 맞는 매장을 늘려가고 있고, 지난달에는 소규모 양조장이 있는 가맹점 1호의 문도 열었다. 배영호 배상면주가 대표는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술은 신선하고, 고객의 입맛에 맞춰 새로운 술을 개발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술 사케가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것은 ‘술 마시는 문화’와 ‘각기 다른 다양한 맛’을 팔았기 때문이다. 주류 전문가들은 사케 문화가 전파된 원동력은 일본 전역의 2500여 개 사케 양조장에 있다고 본다. 일본은 동네 작은 술집들이 자체적으로 술을 만들 수 있다. 개성 있는 술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 지역의 특색 있는 음식과 궁합이 맞는 술을 만들거나 지역 농산물로 술을 만들 수도 있다. 그 자체가 훌륭한 관광 상품이 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1960년대 정부가 전국 양조장을 통폐합하면서 작은 양조장들이 사라졌다. 지난해까지 한국 전통주인 막걸리(탁주), 약주, 청주를 만들려면 대규모 시설을 갖춰야만 했다. 막걸리, 약주의 경우 5000L 이상의 담금·저장용기가 필요했다. 청주는 1만2200L 이상 용기를 갖춰야 했다.
시행령 개정에 대한 주류 업계의 관심이 높은 것은 술 문화가 과거와는 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하우스맥주가 인기를 끄는 것처럼 독창적인 맛이 나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늘었다. 지역별 특성을 살린 독특한 술과 음식은 개성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역별로 개성 있는 주류 문화를 만든다면 지방 관광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