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사과하면서도 “라커룸 발언”이었다고 주장했다. 탈의실에서 스스럼없이 주고받는 잡담 수준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말에 그쳤지만 클린턴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행동으로 여성을 욕보였다며 과거 스캔들을 들춰냈다. 이에 클린턴은 “그들이 낮게 가면 당신은 높게 가라”는 퍼스트레이디 미셸 여사의 조언을 상기시키는 절제된 대응으로 넘어갔다. 남편도 성 추문 전력이 있으니 이전투구를 벌여 봤자 득이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노예제도를 폐지한 수정헌법 13조 통과를 위해 사람에 따라 다른 논리로 설득한 것을 놓고도 두 후보는 충돌했다. 클린턴이 “대통령 리더십을 보여준 훌륭한 사례”라고 치켜세우자 트럼프는 “링컨은 거짓말한 적이 없다. 그 점이 당신과의 큰 차이점”이라고 공격했다. 클린턴이 정치적 이중성에 대해 링컨을 예로 들어 해명하는 것을 꼬집었지만 트럼프가 정직성의 상징이자 공화당의 상징인 링컨을 거론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