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형 국제부 기자
역대 최다인 376명이 치열하게 경쟁한 올해 노벨 평화상은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에게 주어졌다. 52년간 지속된 내전 종식의 길을 연 평화협정안을 이끌어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국내에서 노벨 평화상은 과학상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진다. 이미 수상자(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를 배출한 데다 과학상보다 국가경쟁력과 덜 직결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국제사회 기여와 국격 높이기 차원이라면 한국은 노벨 평화상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난 수년간 노벨 평화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들을 보면 과거 한국처럼 오랜 기간 전쟁이나 독재를 경험한 뒤 사회적 안정과 경제 번영을 도모하려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선 콜롬비아는 평화협정이 체결되는 대로 경제 살리기에 ‘다걸기(올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콜롬비아는 특히 한국의 교통·물류 시스템에 관심이 많다. 콜롬비아 출신으로 중남미 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미주개발은행(IDB)을 이끄는 루이스 알베르토 모레노 총재는 한국의 경제 성장에 관심이 많은 지한파 인사다. 공적개발원조(ODA) 전문가들은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IDB를 통해 한국형 경제개발 노하우를 콜롬비아 등에 효과적으로 전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한국 정부는 아프리카 대상 특화 ODA인 ‘코리아 에이드’ 사업을 추진하는 등 비(非)아시아권 나라들에 대한 ODA를 확대하고 있다. 콜롬비아와 튀니지처럼 노벨 평화상과 연관 있고 우리의 과거 성장 경험이 적용될 수 있는 국가를 대상으로 상징성 있는 ODA 프로그램을 마련해 보는 건 어떨까. 이런 ODA는 한국의 국제사회 기여도를 키워 국격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자부심을 키워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규모 면에선 미국 중국 등과 비교하기 어려운 한국의 ODA 인지도를 높이는 시도도 될 수 있다.
이세형 국제부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