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하다."
지난해 10월 13일 일본의 신입사원 다카하시 마츠리(당시 24세·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다. 도쿄대를 졸업하고 일본 최대 광고기업 덴츠에 들어간지 반년이 지난 때였다. 그리고 두 달 뒤인 그해 크리스마스에 사택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다카하시가 처했던 극단적 근무 환경은 어머니가 산업재해(이하 산재) 신청을 하면서 드러났다. 인터넷 광고 부서에서 자동차보험 등의 광고를 담당했던 그는 수습기간이 끝난 지난해 10월부터 살인적인 업무량에 시달렸다. 부서 인원이 14명에서 6명으로 줄면서 휴일에도 출근을 해야 했고, 밤을 새는 일도 허다했다.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에만 잔업시간이 130시간에 달했다. 하지만 "잔업시간을 70시간 내로 하라"는 회사 방침에 따라 근무보고서에는 '69.9시간'으로 적어넣었다.
이런 상황에서 상사의 폭언은 도를 넘었다. "너의 잔업은 회사의 낭비다" "여자로서 매력이 없다"는 등의 말을 들은 다카하시는 주변에 "매일 다음 날이 오는 게 무서워서 잠을 잘 수 없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회식 후에는 '반성회'가 열려 선배들로부터 심야까지 세세한 지적을 들어야 했다. 과로는 지난해 11월에 접어들며 우울증으로 번졌고 결국 크리스마스 날 아침 다카하시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자살 직전 그의 수면 시간은 하루 2시간 남짓에 불과했다.
어머니 유키미(53) 씨는 딸의 죽음을 과로사로 인정해 달라고 신청했고 노동 당국은 지난달 말 "잔업시간이 월 100시간을 넘는 등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병이 생겼다"며 산재 인정 결정을 내렸다. 덴츠 측은 "사원의 자살에 대해 엄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유키미 씨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딸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목숨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정부가 하루 빨리 기업에 대한 지도에 나서 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덴츠에선 1991년에도 2년차 사원이 살인적인 업무량에 시달리다 못해 자살한 일이 있었다. 이 때문에 일본 내에서 상습적인 악덕 기업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다카하시의 산재 인정 사실이 알려진 이날 일본 후생노동성은 첫 '과로사 방지대책 백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 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지난해 1734시간으로 25년 동안 330시간 줄었다. 하지만 이는 파트타임 근로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지난해 일반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이보다 훨씬 긴 2026시간에 달했다.
일본에서는 과로사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2014년 과로사 방지법이 시행됐고, 이에 따라 정부가 백서 발간 등 국가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도쿄=장원재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