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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경영의 지혜]떠나는 신하에 ‘3禮’ 갖췄던 군주… 오늘날 직장에선?

입력 | 2016-10-12 03:00:00


 자신에게 유리한 직장을 찾아 떠나고자 하는 것은 직장인들의 상정(常情)이다. 종신고용이라는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다. 프로 스포츠 선수처럼 직장인들의 이직은 일상다반사가 됐다. 의리나 정을 들먹여 떠나는 사람을 잡을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고용불안의 원조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였다. 나라의 재산이라고는 인적 재산이 전부였던 그 시절에는 유능한 인재를 한 명 잃는 것도 치명적이었다. 대표적으로 진(秦)나라 진시황(기원전 259년∼기원전 210년)은 한비자를 영입해 천하통일의 기초를 닦았다. 반면 그를 보내버린 한(韓)나라는 전국 7웅 중 가장 먼저 멸망했다.

 떠나간 신하에게조차 존경받는 왕은 어떤 모습일지 묻는 제선왕(?∼기원전 301년)에게 맹자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사정이 있어 신하가 다른 나라로 떠나면 군주는 다른 신하로 하여금 떠나가는 국경까지 전송하게 하고, 또 그가 가는 나라에 먼저 기별해 잘 부탁해주며, 떠난 지 3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으면 그제야 그의 재산을 환수하니, 이것을 두고 세 번 예(禮)가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군주가 죽었을 때 떠나간 신하가 상복을 입습니다. 그런데 지금 군주들은 신하가 사정이 있어 떠나려고 하면 잡아서 협박하고, 그가 가는 곳에 그에 대한 모진 말을 해 놓고, 떠나는 날 곧장 재산을 환수해 버리니 이것을 원수라고 합니다. 원수를 위해 누가 상복을 입어 주겠습니까?”

 떠나는 부하를 위해 예를 다하기란 쉽지 않다. 마지막까지 잘 대접해 주고 환송하며, 그가 옮겨 가는 회사에 미리 연락을 취해 잘 부탁해두고,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려주는 일은 오늘날 기업의 생리와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경쟁업체로의 이직이라면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적대적인 관계를 맺어 좋을 일은 하나도 없다. 내가 그를 마지막까지 잘 대우해준다면, 그는 이전 군주를 위해 상복을 입어주는 신하의 마음을 가질 것이다. 그러면 오히려 나에게 잠재적인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이치억 성신여대 동양사상연구소 연구교수 muhayu@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