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유리한 직장을 찾아 떠나고자 하는 것은 직장인들의 상정(常情)이다. 종신고용이라는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다. 프로 스포츠 선수처럼 직장인들의 이직은 일상다반사가 됐다. 의리나 정을 들먹여 떠나는 사람을 잡을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고용불안의 원조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였다. 나라의 재산이라고는 인적 재산이 전부였던 그 시절에는 유능한 인재를 한 명 잃는 것도 치명적이었다. 대표적으로 진(秦)나라 진시황(기원전 259년∼기원전 210년)은 한비자를 영입해 천하통일의 기초를 닦았다. 반면 그를 보내버린 한(韓)나라는 전국 7웅 중 가장 먼저 멸망했다.
떠나간 신하에게조차 존경받는 왕은 어떤 모습일지 묻는 제선왕(?∼기원전 301년)에게 맹자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떠나는 부하를 위해 예를 다하기란 쉽지 않다. 마지막까지 잘 대접해 주고 환송하며, 그가 옮겨 가는 회사에 미리 연락을 취해 잘 부탁해두고,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려주는 일은 오늘날 기업의 생리와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경쟁업체로의 이직이라면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적대적인 관계를 맺어 좋을 일은 하나도 없다. 내가 그를 마지막까지 잘 대우해준다면, 그는 이전 군주를 위해 상복을 입어주는 신하의 마음을 가질 것이다. 그러면 오히려 나에게 잠재적인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이치억 성신여대 동양사상연구소 연구교수 muhayu@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