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음악가 데뷔 20주년 맞은 재일음악가 양방언
10일 만난 음악가 양방언은 “20년 전 의사의 문 대신 음악가의 문을 열어젖힌 데 대해 일말의 후회도 없다”면서 “내가 만든 하나의 울림이 메아리가 돼 돌아오는 것을 느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재일교포 음악가 양방언(56)이 솔로 음악가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그는 일본에서 데뷔 음반 ‘The Gate of Dreams’를 낸 날, (1996년) 11월 4일을 맞아 다음 달 3∼5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20주년 콘서트 ‘유토피아(UTOPIA)’를 연다. 12월 22일에는 일본 도쿄의 ‘글로브좌’(750석 규모) 콘서트홀에서도 20주년을 자축한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회식 음악감독을 맡은 그는 이번 공연에서 자신이 새로 편곡하고 밴드 국카스텐의 보컬 하현우가 노래를 보탠 ‘정선아리랑’을 초연한다.
“패럴림픽 역사를 빛낸 유명 선수를 매회 한 명, 또는 한 팀씩 정해 그들의 삶과 도전 이야기를 조명하는 작품입니다. 이란의 양궁 선수는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은 것이 인생에서 가장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걸 계기로 양궁을 하게 됐으니까’라고 말합니다.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좌식 배구 선수의 긍정적인 에너지도 인상적이죠. 제작진이 미리 건넨 참고용 영상을 볼 때마다 눈물과 함께 절로 음악이 우러났어요.”
처음 음악을 완성해 전달했을 때 제작진은 ‘분위기가 너무 비극적이다. 우린 희망을 얘기하고 싶다’고 했고 양방언은 무릎을 치며 밝고 힘찬 선율로 수정했다고 했다.
18일에는 첫 베스트 음반 ‘양방언 더 베스트’가 나온다. “2월 서울 홍익대 앞 라이브 클럽 공연 경험을 바탕으로 ‘Frontier!’(2002 부산 아시아경기 주제곡)를 재편곡해 실었고 ‘Echoes’ ‘Wind of Destiny’(게임 ‘아이온’ 주제곡)도 새로운 편곡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중국적 판타지 세계를 그린 신곡 ‘Tears of Blue Dragon’도 이번에 공개한다.
“해녀들의 강인한 삶에 깊은 감화를 받았어요. 이번 제 공연에서는 고희영 감독이 특별히 재편집한 하이라이트 영상도 상영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시작한 첫 전국 순회 공연 제목이 ‘Evolution(진화)’이었는데 이번 공연 제목은 ‘유토피아’다.
20년 걸려 음악의 완성형에 도달한 걸까. 양방언은 고개를 저었다. “1, 2집 제목이 각각 ‘꿈의 문’ ‘빛 속으로(Into the Light)’였습니다. 의사의 길과 고용 연주자의 길을 병행하던 제가 음반 제목처럼 감사하게도 솔로 음악가로서 문을 열고 음악의 빛을 만났습니다. 유토피아는 하나의 봉우리입니다. 음악 팬과 관객 여러분과 함께 다시 탐험에 나서고 싶습니다. 여태 안 보였던 더 많은 봉우리들을 이제 볼 수 있을지….”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