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양육’ 미묘한 남녀 차이
올해 7월 19일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배드 맘스.’ 밀라 쿠니스와 크리스틴 벨, 캐스린 한(왼쪽부터)이 주연한 이 작품은 가사와 육아에 지친 엄마들이 자신의 꿈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
‘나쁜 엄마 고해성사’는 특히 육아나 주부 커뮤니티에서 많이 발견된다. 내용은 주로 엇비슷하다.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다 짜증을 냈어요.” “하루만이라도 다 잊고 친구들과 놀고 싶어요.” “회사 다니느라 아이에게 소홀했네요.”
물론 남성도 같은 질문에 대해 “그렇다”는 반응이 52%로 적지 않았다. 그러나 엄마들은 15%가 “자주”라고 대답해 아빠들 3%의 5배에 달했다. 육아 커뮤니티에 ‘나쁜 엄마’임을 토로한 적 있다는 40대 여성 A 씨(자영업)는 “아이가 아프거나 문제가 있을 때 엄마는 ‘내가 뭘 잘못했나’란 생각부터 덜컥 든다”고 털어놨다.
그런 기분이 들 때 해결법도 남녀가 미묘하게 차이를 드러냈다. 아빠 엄마 모두 “반성하고 문제점을 찾으려 노력한다”를 최우선 순위로 꼽았는데 각각 75.8%, 52.7%였다. 하지만 “주위 사람이나 인터넷에서 의견을 구한다”는 방식도 여성은 20.9%나 선택했다. 남성은 5.5%에 불과했다. 30대 여성 B 씨(전업주부)는 “여전히 한국 사회는 자녀 문제는 엄마 책임이란 사회적 인식이 강하다”며 “남편과 얘기해도 잘 공감을 못해 친구나 커뮤니티를 찾는다”고 했다.
사실 여성들의 이런 고민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물 건너 미국도 최근 ‘나쁜 엄마’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7월 19일 개봉한 영화 ‘배드 맘스(Bad Moms)’를 통해서다. 총제작비가 2000만 달러(약 222억 원)로 할리우드 영화치곤 소품이었으나 북미에서만 1억7100만 달러(약 1900억 원) 수익을 거뒀다.
내용은 단순한 편이다. 아이를 키우는 데 전념하던 여러 엄마들이 고단한 육아에 지쳐가다 일탈(?)에 나선다는 줄거리. 영화에 출연했던 여배우 밀라 쿠니스가 한 인터뷰에서 “아이를 카시트에 앉혀 놓곤 안전벨트도 안 채우고 운전한 적 있다”며 “엄마들은 누구나 ‘나쁜 엄마’란 생각을 하는 때가 있다”고 고백한 게 이슈가 되기도 했다.
실은 에이전트2는 앞선 조사 결과에서 씁쓸한 대목을 발견했다. ‘좋은 아빠(엄마)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뭔가’란 질문에 남녀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었다. 아빠는 48%가 ‘끝없는 애정’을 최고로 꼽은 반면, 엄마의 48%는 ‘인내와 절제’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어쩌면 당신의 아내가 몰래 베갯잇을 적셨던 눈물을 남편들은 사랑이라 착각하고 산 건 아닐는지. 진짜 빌런은 엄마가 아니었다. (다음 편에 계속)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