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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복을 빕니다]B형 간염 백신 개발한 ‘肝 박사’

입력 | 2016-10-12 03:00:00

김정룡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평생을 국내 B형 간염 퇴치에 헌신한 ‘간 박사’ 김정룡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사진)가 11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1세.

 고인은 국내에서 만연한 간 질환의 원인이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라는 점을 규명했다. 1935년 함경남도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의대에서 학사와 석·박사를 모두 마친 뒤 1971년부터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로 재직했다. 1973년 환자의 혈청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분리해냈고 이를 바탕으로 1983년 B형 간염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고인은 출생 직후 24시간 이내에 B형 간염 백신을 접종하면 B형 간염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규명해 국내 간염, 간경변, 간암 퇴치에 획기적인 발판을 마련했다. 과거 10%에 달하던 국내 B형 간염 유병률이 현재 5% 이하로 떨어지는 데 큰 공헌을 했다.

 고인은 국내 간 질환 연구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B형 간염 백신 개발로 얻은 수익과 사재를 모아 1984년 ‘한국간연구재단’을 설립했다. 2년 뒤에는 서울대 부속 간연구소를 세워 국가에 헌납하는 등 간질환 연구 지원에 힘썼다. 김윤준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연구에 조금이라도 나태한 모습을 보이면 호되게 꾸지람하시던 모습이 생생하다”며 “학문적으로는 엄격했지만 평소 후배와 제자들을 따뜻하게 챙겨주셨다. 국내 간 연구자 10명 중 9명은 고인의 가르침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공적을 인정받아 1984년 국민훈장모란장, 2011년 국민훈장무궁화장을 받았다. 대한내과학회장, 내과학연구지원재단 이사장, 대한소화기병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고인의 장인은 서울대병원장을 지낸 한심석 전 서울대 총장, 사위는 김주성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다. 유족으로는 부인 한정애 씨와 장남 형준 씨 차남 범준 씨 딸 소연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13일 오전 8시. 02-2072-2011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