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하지만 리더 중에는 듣기가 중요한 것은 알겠는데, 도무지 어떻게 들어야 할지 잘 몰라서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듣기란 상대방이 이야기하는 것을 잠자코 듣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적극적으로 듣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말을 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야 한다. 즉 듣기의 기술이란 질문의 기술이다. 코칭에서는 다양한 질문의 기술들을 계발해 오고 있는데, 코칭 대화에서 널리 쓰이는 그로(GROW) 모델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목표-현실-선택-의지의 영어 단어 앞 글자를 딴 그로 모델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목표(Goal)에 대한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도 나오듯 일을 추진할 때에는 끝을 생각하면서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회의에서 어떤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를 할 때, 진행자 혹은 참여자로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나면 현재와 가장 달라지는 점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거나 직원과 커리어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면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에 대해 질문할 수 있다.
셋째, 가고자 하는 목표와 현재 상황을 이야기하고 나면 선택(Options)과 관련한 질문을 던진다. “그럼 우리가 해볼 수 있는 시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어떤 아이디어들이 있을까?” “다른 방법이 있을까?” “과거에는 혹은 다른 곳에서는 어떤 시도들을 했었지?” “어디에서 정보나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이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의지(Will)나 추진할 것(Way Forward)에 대한 질문이다. “그럼 우리가 살펴본 방법 중에 먼저 추진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 “언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 등.
소통을 잘하고 싶은데 고민을 하는 리더들에게 보통 권하는 것이 직원과 1 대 1로 차 한 잔을 하며 질문으로 이야기를 끌어가 보는 것이다. 회의에서는 ‘전달사항’ 외에 묻고 싶은 질문을 세 개만 준비해서 활용해 볼 수도 있다.
언젠가 소통에 대한 강연을 부탁받고 강연 제목을 ‘커뮤니케이션 강의? 절대 듣지 말라!’라고 정한 적이 있다. 그 대신 질문지를 만들어 가서 옆 사람과 실제 소통을 하고 듣는 연습을 하도록 했다. 직장인이 소통에 대해 더 지식을 쌓아야 할 것은 거의 없다. 몰라서 못하는 것보다 알지만 하지 않은 것이 소통에는 더 많다. 오늘 만나는 사람에게 하나라도 질문을 하고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소통에 대한 책을 읽는 것보다 더 가치 있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