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한 이동통신사의 캠페인 광고가 화제다. 감동했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물론이고 장애인체육 관계자들의 반응은 흥분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다. 광고에는 국내 유일의 시각장애스키 국가대표인 양재림(27)과 그녀의 가이드 러너 고운소리(21)가 등장한다. 고운소리도 유니버시아드 국가대표 출신이다.
7개월 만에 몸무게 1.3kg으로 태어난 양재림은 미숙아 망막병증으로 왼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오른쪽 눈도 바로 앞 사물만 알아볼 수 있다. 엄마는 시각장애인 딸이 잘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다 스키를 가르쳐 줬다. 재능이 있었던 양재림은 2011년 2월 전국장애인겨울체육대회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시각장애스키에 출전하며 엘리트 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큰 기대를 받으며 2014년 소치 겨울 패럴림픽에 나갔지만 아쉽게 4위를 했다. 자신의 기록을 확인한 뒤 보이지 않는 두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던 양재림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 광고가 탄생할 수 있었던 데는 1년여에 걸친 대한장애인스키협회의 노력이 있었다. 이 단체 이수영 이사와 김승모 이사 등이 양재림과 고운소리를 콘셉트로 한 후원 제안서를 만들어 여러 기업을 돌며 부지런히 발품을 판 결과 장애인 선수가 지상파 광고에 등장했다. 장애인 스키대표팀 코치이기도 한 양성철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은 “고운소리와 함께 호흡을 맞춘 뒤 양재림의 기량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광고를 촬영하면서 고운소리가 느낀 점이 많은 것 같았다. 가이드 러너의 의미와 가치를 정확히 알았다고나 할까…. 이 광고를 통해 많은 분들이 패럴림픽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다른 장애인 선수들도 용기를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이동통신사는 2018 평창 겨울 패럴림픽까지 양재림과 고운소리를 후원하기로 했다. 빡빡했던 훈련비 사정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였다. 1992년 알베르빌(프랑스) 대회부터 겨울 패럴림픽에 출전한 한국이 설상에서 메달을 딴 것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미국) 대회가 유일하다. 많은 이들의 관심 덕분에 만들어진 이 ‘연결’이 2018년 평창에서 양재림과 고운소리의 메달까지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