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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증가폭 한풀 꺾인 까닭은

입력 | 2016-10-13 03:00:00

9월 6조원 늘어 평균 웃돌아… 증가폭은 전월보다 다소 주춤
당국 ‘우회적 총량관리’ 은행 압박… 국민-신한銀 등 10월 대출 감소세




  ‘8·25 가계부채 대책’에도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6조 원 넘게 늘어나며 예년을 웃도는 급증세를 이어갔다. 다만 최근 정부가 은행들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우회적인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 나서면서 고공행진하던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달 들어 주춤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이달 사상 최대 분양 물량이 쏟아지는 등 부동산 시장의 과열 우려가 커지고 있어 가계부채 급증세가 쉽게 누그러지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 9월에도 대출 고공행진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은행권의 가계대출(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688조4000억 원으로 전달보다 6조1000억 원 늘었다. 이 같은 증가폭은 올해 최대치였던 8월(8조6000억 원)보다 줄어든 규모다. 통상 9월은 추석 상여금 효과 등 계절적 요인으로 8월보다 증가액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대출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지난달에도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예년보다 빨랐다. 지난달 증가액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8년 이후 9월 기준으로 지난해(6조2000억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예년(2010∼2014년) 평균 증가액(1조6000억 원)의 3.8배에 이른다.

 지난달 증가세도 주택담보대출이 이끌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517조9000억 원으로 한 달 새 5조3000억 원 늘었다. 이 또한 전달 증가액(6조1000억 원)보다 줄었지만 9월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한은 관계자는 “집단대출이 꾸준히 늘어나는 등 가계대출이 증가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2월 은행권 대출 심사를 강화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된 데 이어 8월 범정부 차원의 가계부채 대책이 나왔지만 대출 급증세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 ‘우회적 총량 관리’ 약발 먹히나

 다만 4분기(10∼12월) 들어 증가세가 다소 꺾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라고 압박하며 사실상의 총량 관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들어 일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10일 현재 KB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21조4071억 원으로 9월 말보다 585억 원 줄었다. 신한은행도 149억 원 감소했고 IBK기업은행은 609억 원이 줄며 3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NH농협 IBK기업 등 6개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이달 들어 10일까지 742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7788억 원)의 42%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은행들이 재설정한 연말 가계대출 목표치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금융당국이 점검에 나선 가운데 은행들이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조이기에 나선 모습이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국이 연말까지 목표치를 맞추라고 한 만큼 은행들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대출 증가세가 다소 누그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달 들어 5영업일 추세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당국 지침에 따라 대출을 조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분양 물량이 계속 늘면 대출 수요도 늘 텐데 규제가 시장 수요를 이기지는 못한다”며 “정부 정책이 한두 달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계속될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정임수 imsoo@donga.com·박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