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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보다 더 아픈 ‘네탓이오’…한국축구가 흔들린다

입력 | 2016-10-13 05:45:00

울리 슈틸리케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형편없는 경기 내용과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으로 팬들의 비난을 자초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축구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슈틸리케 감독이 11일(한국시간)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이란과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4차전 도중 심각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슈틸리케호 이란전 패배 후폭풍

이란전 유효슈팅 제로…믿기 힘든 졸전 끝 패배
슈감독 “킬러 없어서 졌다” 선수탓…리더십 타격
손흥민도 “선수 사기 저하” 감독 말에 불만 표출


이길 수 없는 경기였는지 모른다. 더욱이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패배의 책임을 선수들에게 떠넘겼다. 이에 선수도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축구국가대표팀에서 벌어진 ‘믿기 힘든’ 현실이다.

한국은 11일(한국시간)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이란과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4차전 원정경기에서 유효슈팅을 단 1개도 기록하지 못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 끝에 0-1로 패했다. 스코어상으로는 1골차에 그쳤지만, 내용상으로는 3골차 이상의 완패와 다름없었다. 결국 중간순위에서도 3위(2승1무1패·승점 7)로 추락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선수기용과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벤치의 무능력도 납득하기 힘들었지만, 더 씁쓸한 것은 경기 후 모습이었다.

● 선수에게 책임 전가한 감독

울리 슈틸리케(62·독일) 대표팀 감독은 이란전 직후 패인을 선수 탓으로 돌렸다. 공격 전개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를 묻자 “후반 김신욱을 투입해 카타르전처럼 롱볼을 활용해 득점 루트를 만들려고 했지만, 그것도 안됐다”며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카타르의 세바스티안 소리아 같은 스트라이커가 없어서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자신의 전술이나 선수기용의 착오가 아니라, 선수만을 탓한 비겁한 발언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또 “우리는 이란에 비해 신체조건이 약하다. 다른 면에서 이를 극복해야하는데, 특히 유소년 단계에서부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뚱맞은 말을 늘어놓았다. 한국은 유소년 교육이 부족해 신체조건이 뛰어난 이란 선수들을 이기지 못했다는 논리로,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았다. 2년 가까이 대표팀을 지휘해온 사령탑의 발언이라 더 놀라웠다. 누워서 침 뱉기나 다름없었다.

축구대표팀 손흥민. 스포츠동아DB


● 손흥민 “사기 떨어뜨리는 발언, 아쉽다.”

간판 공격수이자 에이스인 손흥민(24·토트넘)은 이란전 패배의 요인으로 한국 공격수의 수준을 지적한 슈틸리케 감독의 말에 진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선수들도, 팬들도 기대를 많이 했는데 경기력이 좋지 않아서 아쉽다”며 먼저 스스로의 책임을 거론한 뒤 “이란이 좋은 경기를 펼쳐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능한 공격수가 없어서 졌다’는 뉘앙스의 말을 한 슈틸리케 감독을 향해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에 대한 질문에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던 손흥민은 잠시 뜸을 들인 뒤 “다른 선수를 언급하면서까지 (우리 선수들)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아쉬운 것 같다”고 완곡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손흥민은 “선수들도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우리도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역사(이란 원정 첫 승)를 쓰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 한국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항변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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