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공개된 3차원(3D) 걸그룹 ‘고고로켓씨스타’(위 사진)와 차은택씨의 2013년 석사학위 논문에 소개된 ‘나나걸스’ 캐릭터. 왼쪽부터 ‘제시’(논문에서는 제시카), ‘소이’, ‘래요’로 각 캐릭터의 이름, 외모, 특징, 키 등이 비슷하거나 같다. 유튜브 및 차은택 석사학위 논문 캡처
‘고고로켓…’의 제작사는 광고영상 전문가였던 P 씨(48)가 지난해 8월 세운 푸른고래엔터테인먼트다. 이 회사는 최근 미르재단 관련 각종 의혹에 휩싸인 CF감독 차은택 씨(47)가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재임하던 올해 1월 문화창조벤처단지에 입주했다. 사무실 임차료가 무료인 데다 마케팅, 법률 지원 등 수억 원대의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업계에서는 벤처단지 입주만으로도 큰 혜택으로 여긴다. 당시 입주 경쟁률은 13 대 1이 넘었다.
그런데 ‘고고로켓…’의 원작자가 수상하다. 차 씨가 2013년 6월 홍익대 영상대학원에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도교수로 제출한 석사학위 논문에 나온 3D 캐릭터와 판에 박은 듯 똑같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단독 입수한 차 씨의 석사논문 ‘가상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 융합에 관한 연구’에 나온 3D 캐릭터 ‘나나걸스’도 외계에서 온 3인조 캐릭터다. 멤버의 이름도 ‘제시카, 소이, 래요’(나나걸스)에서 ‘제시, 소이, 래요’(고고로켓…)로 한 글자만 고쳤을 뿐이다. 외모도 판박이다. 논문 속 ‘나나걸스’의 제시카는 비대칭 은발이 포인트인 섹시 캐릭터이고, 소이는 강렬한 붉은색 머리를 가진 작고 귀여운 모습, 래요는 짧은 머리에 털털하고 남자다운 성격이 돋보이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고고로켓…’을 만든 P 씨는 2004년 차 씨와 함께 애니콜 TV광고를 함께 작업했던 지인이다. 1996년 차 씨와 전시회 작업을 통해 처음 만난 20년 지기다. 차 씨가 자신이 논문에 쓴 3D 캐릭터 걸그룹을 지인의 회사에 맡겨 자신이 본부장으로 있던 문화창조벤처단지에 입주시켜 정부 예산을 ‘셀프 지원’받아 데뷔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P 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프로듀싱 작업은) 아는 음악감독이 소개해줬지만 누군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차 감독은 예전에 알던 사이였지만, 벤처단지 입주에 도움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그는 차 씨의 논문에 나온 ‘나나걸스’와 ‘고고로켓…’ 캐릭터가 유사한 이유에 대해 “차 감독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김배중 wanted@donga.com·이지훈·김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