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前외교장관 회고록서 증언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과정에서 북한의 의견을 직접 확인한 뒤 기권 결정을 내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유엔에선 한국 정부가 결의안에 찬성할 것을 전제로 다소 완화된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협의하고 있었고, 북측 대표단에도 국제사회의 원활한 대북 지원을 위해 한국이 찬성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고 설득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의 의견을 직접 확인하자고 제안했고, 대통령비서실장이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남북 경로로 확인하자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예상대로 북한은 부정적인 답변을 했고,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은 기권 방침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는 노무현 정부에서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북한대학원대 총장)이 최근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12일 공개됐다.
송 전 장관에 따르면 정부는 그 전해인 2006년에는 북한인권결의안에 처음으로 찬성했지만, 2007년 10월 열린 남북정상회담 이후 태도가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결의안 문제는 그해 11월 15일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정식으로 논의됐다. 이후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의 부정적인 답변을 전해준 백종천 당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에게 송 전 장관은 “(북한이) 이렇게 나올 줄 모르고 물어봤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다음 날인 11월 21일 한국 정부는 북한인권결의안 투표에서 기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