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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증세 거부땐 직권상정” 與 “후폭풍 각오해야”

입력 | 2016-10-14 03:00:00

국감뒤엔 세금 전쟁… 3당 정책위의장 정국 전망




 국정감사가 종반부로 접어들면서 여야가 ‘예산 전쟁’에 시동을 걸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 처리의 데드라인인 12월 2일까지 법인세 인상 등을 놓고 여야 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기국회가 열린 뒤 사사건건 빚어진 여야 간 충돌도 이를 위한 ‘몸풀기’ 성격이 컸다. 특히 야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자 증세’를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킬 태세다. 법인세 인상 방어에 나선 새누리당도 강경하다. 13일 여야 3당의 정책위의장에게 법인세 인상과 예산 정국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 새누리당 “글로벌 추세 역행”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야권의 법인세 인상 공조 방침에 대해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포함한 역대 모든 정부에서 법인세율을 인하했다”며 “국제적 추세를 보더라도 법인세 인상이 쟁점이 되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당이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8년 감세 이전으로 법인세율을 되돌린다는 취지로 ‘법인세 정상화’라고 네이밍(작명)한 데 대해 “인상은 인상이지, 세금에 정상화가 어딨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연간 4조8000억 원어치의 법인세 비과세·감면 항목을 정비해 야당의 법인세율 3%포인트 인상안(여당 3조5000억 원 추가 세수 추정)보다 실제 효과가 더 컸다”며 “야당이 정치적 상징성을 노린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내에선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의 강행 처리 가능성을 놓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 맞대응 전략을 짜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가 안 되면 법인세 인상안을 예산안 부수법안(예산안과 함께 본회의 자동 부의)으로 지정하겠다”고 말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의장은 “지정할 수는 있겠지만 표결로 밀어붙일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며 “단독 처리를 막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 더민주당 “초고소득 대상 증세안”

 더불어민주당은 일찌감치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미르·K스포츠 재단을 통해) 준조세적 성격을 띤 전근대적 강탈 행위로 기업을 괴롭히거나 꼼수 서민 증세로 국민을 힘들게 하면 안 된다”며 “법인세 정상화를 비롯한 착한 세금정책으로 우리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더민주당의 증세안이 ‘초고소득자’를 타깃으로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법인세는 연 당기순이익 500억 원 초과 대기업, 소득세는 연소득 5억 원 초과 고소득자가 대상이다. 윤 의장은 “상위 0.1% 계층에 대한 증세를 새누리당이 방어할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비과세·감면 조정을 통해 실질세율을 높일 수 있다는 여권의 주장에 대해서도 “아주 제한적인 효과만 있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민주당에서는 2014년 정부 여당의 담뱃세 인상 전략을 벤치마킹하자는 말도 나온다. 당시 담뱃세 인상안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예산안 부수법안 지정→본회의 직권상정→다수당이던 새누리당 찬성’으로 통과됐다. 다만 윤 의장은 “12월 1일까지 여야 협상에 최선을 다해 의장이 부수법안으로 지정할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민의당 “대기업 더 부담해야”

 국민의당은 법인세 최고세율 2%포인트 인상안으로 더민주당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8년째 재정적자를 반복하고 있다”며 “이를 메우기 위해 정부가 먼저 증세안을 가지고 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왜 부자 증세인가’라는 질문에 “박근혜 정부 들어 오른 게 담뱃세밖에 없다. 국민들은 대기업과 고소득층이 더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상이 ‘기업을 옥죈다’는 정부 여당의 주장에는 “경제학 족보에 없는 논리”라며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혁신 상품을 만들어야지 법인세 탓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의회권력을 쥔 야당의 강행 처리에 대해선 “세법 논의는 여야가 새 정치의 모습을 보여줄 시금석”이라며 “벼랑 끝에서 협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홍수영 gaea@donga.com·유근형·길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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