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서 자서전-가사집 품절, 국내 서점서도 판매량 늘어 음원구매층 10, 20대와 간극 커… 음악시장 반응은 아직 미지근 문인들 수상자격 놓고 비판도… 딜런, 수상발표후 美공연서 침묵
객석에서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지만 그는 끝내 말이 없었다. 귀라도 먼 것처럼. 50년 전 그랬듯 오직 시 같은 노래만을 90분간 들려준 뒤 무대를 내려갔다. 가수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된 미국 음악가 밥 딜런(75)이 13일 밤(현지 시간)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한 당시 상황이다. 수상자 발표 이후 첫 무대였다.
딜런은 반세기 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침묵과 신비주의로 일관한다는 평도 들었다. 신비로운 그의 세계에 닿는 데 도움을 줄 책과 수상 이후 그를 둘러싼 바람들을 소개한다.
‘밥 딜런은 가수이면서 왜 시인으로 불릴까’ ‘어떻게 가수가 문학상을 탈 수 있었을까’가 궁금하다면 ‘음유시인 밥 딜런’(손광수 지음·한걸음더)을 집는 게 낫다. 노랫말의 문학성을 캐는 데 집중한 저자는 딜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딜런 노래에 담긴 의미를 원 가사와 한국어 해석을 곁들여 짚는다.
딜런의 별난 삶과 음악을 짧지만 강렬하게 스치고 싶다면 ‘영원한 록의 신화 비틀스 vs 살아있는 포크의 전설 밥 딜런’(한대수 지음·숨비소리)을 훑어보는 게 좋다. 저자는 한국 제1호 포크 싱어송라이터다. ‘영원한 록…’ ‘음유시인…’ ‘바람만이…’의 순으로 독파하는 것을 추천한다.
○ 출판계 ‘순풍’, 음악계 ‘미풍’, 논란은 ‘강풍’
노벨위원회는 대중음악을 ‘듣는 시’로 재평가했지만 듣는 시장, 즉 음악계 분위기는 미풍 수준이다. 핫트랙스 광화문점의 김혜영 대리는 “한 달에 1, 2장 팔리던 딜런의 앨범이 14일 오전에 10장가량 팔린 정도”라고 했다. 음원 시장의 온도는 더 차갑다. 음원 서비스 ‘지니’에서 ‘Knockin’ on Heaven’s Door’는 종합 순위 655위, ‘Like a Rolling Stone’은 2019위에 그쳤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음원 소비를 주도하는 10, 20대와 1960, 70년대 전성기였던 딜런 세대 간의 간격이 넓고 가사도 어려워 대중적 파급력이 작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수상을 둘러싼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미국 작가 스티븐 킹은 “추잡하고 슬픈 (대선) 시즌에 한 가지 멋지고 좋은 선택”이라고 한 반면에 조디 피콜트는 “그럼 이젠 내가 그래미상을 받을 차례인가”라고 비난했다. 국내 문예지 ‘악스트’의 백다흠 편집장은 “문학의 엄숙주의에 대해 신선한 충격으로 여겨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문학 텍스트를 생산하는 데 힘을 기울여온 작가들은 허탈한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희윤 imi@donga.com·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