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자/쉬즈위안 지음/김택규 등 옮김/528쪽·1만9800원/글항아리
이들의 이야기는 권위주의 시대를 겪고 민주화를 이룬 한국의 누군가를 보는 듯하다. 대만의 스밍더는 21세이던 1962년 느슨한 독서모임을 이끌다 체포돼 1977년까지 뤼다오(綠島) 섬의 정치범수용소에 갇혔다. 하루 30분만 햇볕이 드는 감방에서 버텼지만 가정은 파탄에 이르렀다. 출옥 뒤 재야의 대표적 잡지를 이끌다 체포돼 1980년 다시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투옥 중 식사를 거부하는 그에게 당국은 4년 2개월 동안 코에 호스를 꽂아 강제로 음식을 주입한다. 1986년 정당과 언론활동 금지령이 해제되고 동지들이 속속 출옥하는 가운데에서도 스밍더는 “죄를 지은 적이 없으므로 사면도 거부한다”며 고독한 수감자가 돼 간다.
책은 진압과 체포, 백색 테러가 난무하는 시대를 돌파했던 저항자들의 내면에 천착한다. 때로 살아있는 화석처럼 보이거나, 여전히 영웅주의에 도취한 듯한 일면도 놓치지 않았다. 책은 “그들은 각자 한계가 있어서 새로운 시대에 자주 시대착오적 면모를 드러냈고, 심지어 자신의 신념을 배반하기도 했지만 모두가 한때는 ‘어두운 시대의 샛별’ 같은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조종엽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