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공유경제 모델이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자리하고 있다. 사실 인터넷 자체가 개방과 참여, 공유의 역사이기도 하다. 무료로 공개되어 특허료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리눅스, 자바 등 각종 오픈소스 프로그램 덕분에 오늘날 인터넷은 전 세계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로 확장될 수 있었다.
최근 과학계에도 이런 인식이 거세다. 고가의 ‘연구장비’에 대한 인식도 소유에서 공유로 바뀌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보유한 첨단 연구 장비를 중소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연구개발(R&D) 주체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이 같은 변화를 이끌기 위해 지난해 ‘셰어(SHARE)’란 이름의 ‘연구 장비 공동활용 지원단’을 출범했다. 1년이 채 되기 전에 의미 있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출연연 25곳 중 연구 장비를 실제로 보유한 23곳이 참여해 개방 가능한 장비 목록을 제시했는데, 이전까지 47%에 머물렀던 것을 79%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연구회는 이를 바탕으로 공유 서비스를 계획 중이다. 장비의 특성과 이용자 편의를 고려해 허브 역할을 담당할 장소를 고르고, 이 공간에 연구 장비를 한데 모으기 위한 작업이다. 효율적 운영을 뒷받침할 제도 역시 마련하고 있다.
연구 장비의 공동 활용은 R&D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뿐 아니라, 실험 데이터의 신뢰성 제고, 활용 노하우의 확산과 같은 부가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학까지 동참할 경우 산학연 협력 활성화의 귀한 사례도 쏟아지리라 기대한다.
물론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먼저 국민 세금으로 구입한 장비를 자기 소유물로 여기는 연구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또 정부 부처별로 산재한 장비 관련 정보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전문 인력 확충도 빼놓을 수 없다.
단순히 투입만을 늘리는 전략은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 우리나라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율에서 세계 1위인데도 연구생산성이 오르지 않는 이유를 다시 짚어봐야 할 때다. 문제는 투자 규모가 아니라 투자 효율성이다.
이상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