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신재영-김하성(오른쪽).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넥센은 16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LG와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에서 1-4로 패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그야말로 내일이 없는 PS에서 1패는 치명적이다. 그러나 젊은 선수들의 고속성장은 분명한 희망요소다. PS와 같은 큰 경기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날 넥센 선발투수 신재영(27)과 유격수 김하성(22)이 그랬다. 넥센 염경엽 감독이 강조하는 ‘기둥론’의 차세대 주자임을 입증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활약을 폈다.
넥센 신재영.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통한의 피홈런? 신재영은 잘 버텼다
정규시즌과는 부담감의 차원이 다른 PS. 게다가 1승1패 상황에서 3차전 선발등판이라는 큰 짐을 짊어졌다. 정규시즌에서 15승을 거둔 신재영의 부담감은 천근만근이었다. 경기 전 최대한 밝은 표정을 유지하며 부담감을 떨치려는 모습이었다. 넥센 박승민 불펜코치는 “신재영은 정규시즌에 하던 대로만 던지면 된다”며 “새로운 공을 던질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동일선상에서 큰 심장을 갖고 던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고 진심어린 조언을 건넸다.
넥센 김하성.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빅게임 유격수’로 성장한 김하성
김하성에게 준PO 1차전은 아쉬움만 가득 남긴 한판이었다. 첫판의 부담을 떨쳐내지 못했다. 불규칙 바운드 타구를 잡지 못해 안타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한 선수는 “(김)하성이도 첫판의 부담감을 짊어진 듯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2차전에서 3타수2안타1타점의 활약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며 자신감이 붙었다. 그리고 이날 3차전에선 그림 같은 호수비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0-0이던 3회 2사 1·2루에서 루이스 히메네스의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해 잡아낸 뒤 2루에 던졌고, 이후 3루와 홈 사이에서 런다운에 걸린 손주인이 태그아웃됐다. 1-2로 추격하던 5회 2사 만루에선 채은성의 빠른 타구를 막아낸 뒤 1루 주자 오지환을 잡아냈다. 비록 타격에선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지만, ‘유격수 시리즈’라 불릴 정도로 압박감이 큰 PS에서 수비를 완벽하게 해냈다.
넥센의 2016시즌은 타선의 기둥을 늘리는 해다. 서건창과 김민성, 이택근, 박동원이 기존의 기둥이었다면, 김하성과 윤석민, 고종욱은 올 시즌을 통해 만들어진 기둥이다. 이 가운데 내야의 핵심인 김하성이 ‘빅게임 유격수’로서 가치를 입증한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수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