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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 사후통보’ 언급한 당사자 없는데… 문재인측 뒤늦게 주장

입력 | 2016-10-17 03:00:00

[송민순 회고록 파장]‘北접촉’ 기권결정 前인가 後인가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8월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추진위원회 1차 회의에 앞서 당시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 이재정 통일부 장관(왼쪽부터)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김만복 국가정보원장. 동아일보DB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내용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이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 전 대표 측의 대변인 격인 더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노무현 정부의 2007년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 기권 과정에 대한 송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을 반박했다.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던 문 전 대표의 ‘역할’에 대해서도 모두 부인했다. 동아일보의 14일 보도 이후 사흘 만에 문 전 대표 대신 ‘대리인’이 나서는 방식이었다.

○ 宋 “北 의사 타진” vs 文 측 “北에 기권 통보”

 송 전 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 따르면 2007년 11월 18일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을 놓고 열린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김만복 국정원장이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 의사를 직접 확인해 보자’고 했고, 문 실장이 ‘일단 남북 경로로 확인해 보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서별관 회의에는 비서실장, 국정원장, 안보실장, 통일부·외교통상부 장관이 참석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16일 “2007년 11월 16일 청와대 회의에서 유엔 표결에 기권하기로 결정했고 11월 18일 회의에서 결의안에 기권하기로 했다는 것을 북에 전달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표결에 찬성할지, 기권할지 북한의 의견을 물은 것이 아니라 ‘기권하기로 했다’는 최종 결정 사항을 북한에 통보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본보가 당시 ‘서별관 회의’에 참석한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백종천 전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김만복 전 국정원장과 각각 13, 14일 통화했을 때 ‘기권 사실을 사후에 북한에 통보했다’고 말한 사람은 없었다. 문 전 대표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두 건의 글에도 기권 결정 사실을 북한에 통보했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기권을 결정하는) 이 과정에서 외교통상부는 외교통상부대로, 국정원은 국정원대로 북한의 반응을 점검하거나 정보를 수집했다면”이라고 했다. 송 전 장관의 ‘북한 의사 타진’ 증언을 ‘북한의 반응 또는 정보 수집’이라고 비켜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남는다.

○ 文이 언급했다는 ‘남북 경로’는?

 김 의원은 16일 “(기권 사실을 북한에) 통보하는 과정은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다만 “남북대화가 활발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당시 (남북) 정상회담 후 남북 총리회담과 국방장관회담 등 다양한 대화가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그야말로 남북관계의 황금기”라고 했다. 송 전 장관이 회고록에서 문 전 대표가 언급했다고 한 ‘남북 경로’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먼저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했을 때 북한과 소통한 채널은 결국 국정원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전 통일부 장관도 “국정원이 우리가 (표결에) 찬성하는 경우 북한이 어떤 반응으로 나올까 당연히 체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주유엔 남북한 대표부 또는 다른 해외공관의 국정원 채널 등이 활용됐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 노무현 대통령이 보고받은 쪽지는?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2007년 11월 20일 유엔의 표결 하루 전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이던 노 전 대통령 숙소에 갔다가 백 안보실장이 가져온 ‘쪽지’를 봤다고 썼다. 그날 오후 북측으로부터 받은 반응이라며 백 실장이 건넸다는 것이다. 사실상 반대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 ‘쪽지’의 존재를 부인했다. 김 의원은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지만 유엔 인권결의안에 대한 통상적인 각국 동향, 북한 반응 등이 수집돼 안보실장을 통해 보고된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기권 결정이) 북한에 전달된 이후 반응이나 동향이 함께 보고되지 않았겠느냐. 통상적인 보고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송 전 장관이 회고록에서 ‘보고’나 ‘팩스 문서’가 아닌 ‘쪽지’라고 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시 김 국정원장이 북한의 의견을 묻고 이를 싱가포르에 가 있는 백 안보실장에게 전화로 불러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관 출신 인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송 전 장관이 당시 주무 부처 의견을 여러 사람이 떼를 지어 반대하고 북한 눈치만 보면서 반대하는 게 아니냐고 했고 싱가포르에서 장관직을 사퇴하겠다고 해서 간부들이 만류했다”며 “송 전 고문이 쓴 것은 100% 팩트라고 본다”고 말했다.

민동용 mindy@donga.com·강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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