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회고록 파장]
길진균·정치부
16일 현재 직접 해명 언급을 않고 있는 문 전 대표는 이 글에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책을 보면서 새삼 생각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참으로 건강한 정부였다는 사실”이라며 “대북송금 특검, 이라크 파병, 한미 FTA, 제주 해군기지 등 중요한 외교안보 현안이 있을 때 항상 내부에서 찬반을 놓고 치열한 토론을 거쳤다”고 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언제나 토론을 모두 경청한 후 최종 결단을 내렸다. 대통령이 혼자 결정하는 법이 없었다”며 “대통령은 양측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후 다수의 의견에 따라 2007년 유엔 대북 인권결의안 표결의 기권을 결정했다”고 썼다.
2007년 유엔 표결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외교부의 송 전 장관은 외교정책의 일관성과 인권 문제의 보편성을 들어 ‘찬성’을 주장했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부처 간, 참모 간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는 허다하다. 대통령이 이런 참모들의 엇갈리는 의견을 토론에 부치는 건 매우 중요한 덕목일 수도 있다. 다만 전제가 있다. 대통령이 균형 잡힌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제대로 조언할 참모들이 곁에 있느냐다. 가시적인 성과에 목을 맨 참모들의 다수결이 올바른 해법이 될 순 없기 때문이다. 송 전 장관이 대선을 1년여 앞둔 미묘한 시점에 당시 ‘외로운 싸움’과 관련된 비사(秘史)를 공개한 것도 같은 이유 아닐까.
박근혜 정부도 결국 대통령에게 제대로 할 말을 하는 참모들이 주변에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어쩌면 내년 대선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보다 해당 대선 주자가 어떤 참모들과 함께 국정을 운영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할 수도 있다.
길진균·정치부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