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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의 오늘과 내일]도요타, 삼성전자 그리고 현대차

입력 | 2016-10-18 03:00:00


박현진 산업부장

 2009년 6월 일본 도요타는 14년 만에 오너 경영 체제로 복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70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자 도요다 기이치로 창업주의 손자인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구원 등판한 것이다. 도요다 사장은 취임 때까지만 해도 불과 2개월 뒤에 펼쳐질 대규모 리콜 사태를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해 8월 미국에서 렉서스 차량 급가속 사태로 4명이 숨지면서 도요타의 명운을 가를 수도 있었을 리콜 사태가 시작됐다.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의 단종 발표에 이어 27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취임을 앞두고 당시 도요타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에 국한하면 오너 책임경영 체제가 어떻게 이번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할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러나 더 넓게 보면 ‘도요타의 2009년’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 등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여러 가지로 복기해야 할 점이 많다.

 2000년대 경영학계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도요타의 독특한 품질관리 시스템이었던 가이젠(改善·개선)이었다. 이는 철저한 품질관리와 적기생산체제(JIT·Just In Time)의 두 축으로 요약된다. 도요타는 글로벌 자동차 1위 업체였던 미국의 GM을 따라잡기 위해 2000년 당시 185만 대였던 해외 자동차 생산량을 2008년 420만 대로 급속하게 늘렸다. 가이젠의 적기생산을 최대한 활용한 전략이었다. 결국 2007년 도요타는 GM을 제쳤다. 하지만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가이젠의 또 다른 축인 ‘품질관리’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해외 생산 인력의 숙련도가 떨어지면서 2000년대 9만 대이던 리콜 대수는 해마다 100만 대를 넘어섰다. 55개 차종으로 1000만 대 생산체제 도입에는 성공했지만 어디서 구멍이 발생했는지 알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갤럭시 노트7의 발화 원인을 찾지 못했다. 애플을 넘어서 글로벌 스마트폰 1위를 굳건히 하기 위해 내놓은 이 제품은 출시 과정 여러 곳에서 조급함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요타가 외형을 빠르게 늘리면서 사태 초기 리콜의 원인을 제대로 찾지 못했던 패착을 삼성전자가 겪고 있다는 분석도 일리가 있다. 현대차도 다르지 않다. 해외 생산량을 급격히 늘린 후유증을 맞고 있다. 미 앨라배마 공장 생산 차량에서 엔진 결함이 발견돼 88만여 명에게 수리비 전액을 보상하기로 했다.

 2010년 2월 미 의회 청문회장에서 눈물을 보였던 도요다 사장을 두고 미 언론은 ‘유약하다’고 했다. 언론의 조롱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는 2012년 도요타를 다시 글로벌 1위의 자리로 이끌었다. 도요다 사장이 꺼낸 해법은 잠시 잊고 있었던 품질과 현장에 충실한 경영이었다. 많은 언론들은 이를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로 해석했다. 그리고 오너로서 책임감도 무시할 수 없는 동력이었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이 2014년 5월 쓰러지면서 그해 3분기 영업이익이 4조600억 원으로까지 급락했다. 그리고 정확하게 2년 뒤인 올 3분기 갤럭시 노트7 리콜 사태로 5조2000억 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거둬 전대미문의 시험대에 올랐다. 도요타가 7년 전 그랬던 것처럼 처절하게 ‘기본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 현대차에도 해외 생산 현장에서 발생하는 더 이상의 품질 결함은 신뢰의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앞선 도요타의 전례가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두 기업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위기를 성장통으로 잘 활용한다면 충분히 한 단계 도약을 위한 기회로 바꿀 수 있다.

박현진 산업부장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