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의 북핵 대응전략 바꾸자]北 ICBM 美 조준땐 ‘미군 한국지원’ 손발 묶여 北 ‘美본토 타격능력’ 왜 집착하나 美 확장억제 정책 무력화시켜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일 속셈
《 북한 외무성 관계자가 6∼8차 핵실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이용필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 국장은 16일(현지 시간)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6차, 7차, 8차 핵실험을 할 수 있으며 유엔, 미국의 제재도 핵 개발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가 탈북 후 “내년 말까지 6, 7차 핵실험이 순차 진행된다는 외무성 지침을 받았다”고 증언한 것과 일치한다(본보 17일자 A1면 참조). 이처럼 갈수록 노골화되는 북한의 핵 위협과 도발이 어떤 양상일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해외 시각을 종합적으로 조망한다. 》
북한이 지난 20여 년간 핵소형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미사일 개발에 집착해온 까닭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달 ICBM급 신형 로켓 엔진 성능 실험을 참관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17일 “김정은은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대미(對美) 핵게임의 ‘조커’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략·전술적으로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로 여긴다는 것이다.
북한은 핵탑재 ICBM을 핵보유국의 반열에 올라서기 위한 핵심 열쇠로 보고 있다. 핵탄두를 실은 ICBM은 사용 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핵강국’의 상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핵탑재 ICBM을 가진 나라는 5대 핵보유국(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밖에 없다. 또 미 본토까지 날아가는 핵탑재 ICBM을 실전배치하면 국제사회가 더는 손쓸 도리가 없다고 보고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핵탑재 ICBM은 미국의 대한(對韓)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저지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기도 하다. 미국은 북한이 한국을 핵공격 하면 미 본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핵과 재래식 전력을 총동원해 보복 응징한다는 방침을 천명해왔다. 하지만 북한의 핵탑재 ICBM이 워싱턴이나 뉴욕을 조준할 경우 이 같은 확장억제 공약이 지켜질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은 증폭핵분열탄이나 수소폭탄 등 한 발로 도시를 초토화하는 강력한 핵탄두를 ICBM에 실어 미국의 확장억제를 무력화하는 데 혈안이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핵무기를 실전배치한 뒤 더 대담하고 강도 높은 국지적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가령 백령도 등 서북도서나 최전방 요충지를 기습 강점한 뒤 핵공격 위협으로 한국군의 반격 작전을 봉쇄하고 휴전선 재획정 등을 요구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한국군이 반격할 경우 인구밀집지역 상수원 등에 일반 폭약에 방사능 물질을 섞은 ‘더러운 폭탄(dirty bomb)’을 떨어뜨려 오염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개전 초기 미 증원전력의 핵심 통로인 한국 내 주요 항구와 비행장을 핵미사일로 공격하거나, 전쟁 막판 한미 연합군의 반격으로 정권이 존립 위기에 처할 경우 이판사판식으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핵타격을 할 개연성도 있다. 군 당국자는 “북한의 핵은 체제 유지용 협박 수단이 아닌 실전 사용을 염두에 둔 현실적 위협으로 보고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