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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 있으면 반격 불가’ 판단… 말 아닌 도발로 협박 가능성

입력 | 2016-10-18 03:00:00

[머리 위의 북핵 대응전략 바꾸자]<2>갈수록 거세질 北 핵 공갈-도발
한반도 긴장고조 불가피




《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 이용필 국장이 16일(현지 시간) 미국 NBC방송을 통해 6∼8차 추가 핵실험과 핵 선제타격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핵위협이 일상화하는 시대를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선제공격은 자신들이 먼저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북한이 핵탄두를 미국에 보낼 장거리 이동 수단까지 확보한다면 이런 핵공갈과 도발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

○ 핵공갈 일상화


 북한 외무성 관리의 핵위협은 북한이 핵탄두를 개량하고 이를 미국까지 보낼 장거리탄도미사일 기술을 완성한 이후엔 더욱 노골적으로 변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용필은 평양에서 만난 NBC방송 기자에게 “선제 핵타격은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다”라며 “미국이 선제타격을 하려고 하면 우리가 먼저 할 것이다. 우리에겐 기술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6차, 7차 핵실험 또는 8차 핵실험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핵무기를 이용한 선제타격을 거론하는 곳은 오직 북한밖에 없다. 그런 북한이 핵무기를 실전배치한 뒤 가장 수위를 높여 협박에 나설 대상이 바로 한국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공갈 수위만 높은 것이 아니라 협박이 일상화하면 대남 도발 강도도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17일 “파키스탄과 인도 등 신생 핵보유국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잉 판단으로 핵무기 개발 직후 전례 없던 공세적 군사도발을 했던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핵 실전배치 직후 핵전쟁 직전이라는, 등골에 땀이 비 오듯이 흐르는 상황을 조성하여 가능한 한 짧은 시간에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공세적 도발을 자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무기가 없을 때도 북한은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일으켰다. 따라서 핵무기를 가진 이후엔 상상을 뛰어넘는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통일연구원장을 지낸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는 “북한은 대남, 대미, 대내 전략에 핵무기를 활용한다는 3대 목표를 세우고, 핵을 가지고 있는 한 한미 연합군이 강력하게 반격하지 못한다는 소위 ‘핵의 그림자효과’를 최대한 누리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미국과의 직접적인 평화협상 시도


 북한은 핵전력을 바탕으로 위장 평화공세를 강화해 체제 생존을 보장받으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노리는 평화협상은 미국과의 직접 거래를 뜻한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내세워 핵군축을 주제로 미국과 직거래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북한이 주장하는 북-미 평화협정은 한미동맹의 연결고리를 끊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한국을 위협하며 대북 지원 같은 금전적 요구를 끊임없이 이어가고, 나아가 한국 정부의 정책방향 변경이나 정부가 임명하는 인사의 교체까지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잠시 상황을 안정시킨다는 차원에서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자는 의견이 나온다면 국론이 분열되고 북한의 자만심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 내부 위기 돌파용으로 활용


 북한은 내부의 정치 및 사회적 불안이나 경제위기로 불안정한 상황이 조성되는 것을 돌파하기 위한 용도로 핵무기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탈북 등 엘리트층의 이탈로 빚어진 내부 동요 등을 단속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강도 군사도발을 자행한 뒤 핵협박을 통해 상대를 주저앉힘으로써 자신을 강한 지도자로 주민들에게 인식시켜 정권에 대한 도전을 차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핵단추를 쥐고 있는 김정은의 비이성적 판단을 제어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이 가장 위험한 요인이기도 하다. 20세기 주요 전쟁 10개를 분석한 ‘전쟁의 탄생’의 저자 존 스퇴싱어 박사는 “전쟁 발발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지도자의 성격적 결함과 자존심, 오판”이라고 분석했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인도와 파키스탄은 핵탄두와 발사체를 분리하는 등 핵무기 사용의 신중성을 높이는 장치를 마련했지만 북한은 김정은의 결심 여하에 따라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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