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째 강좌 여는 토머스 교수 “그의 가사엔 로마시대 시구 담겨… 웃음 받다 인기 교양과목으로”
리처드 토머스 하버드대 교수(가운데)의 ‘밥 딜런 세미나’를 수강하는 학생들이 지난주 음유시인 밥 딜런의 공연 영상을 보고 있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딜런의 음악에서 고전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적 탐구를 즐긴다.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12년 전 토머스 교수가 개설한 강의는 딜런의 예술세계를 탐구하면서 고대문학을 함께 다룬다. 딜런 노래의 마니아였던 그가 딜런의 음악에서 고전 시 코드를 읽어낸 건 2001년부터다. 당시 딜런이 발표한 신곡 ‘론섬 데이 블루스’를 들으며 로마시대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대서사시 ‘아이네이스’를 떠올린 것이다. 2006년에 나온 앨범 ‘모던 타임스’에는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의 시 구절이 18구절이나 인용돼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토머스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딜런은 어린 시절 학교에서 라틴어를 배웠다. 가사를 보면 라틴어 문학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대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 가사를 문학적 경지로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 딜런에겐 이런 문학적 소양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토머스 교수의 수업은 한 학기 동안 딜런의 생애를 따라가는 여정이다. 교재는 딜런의 앨범과 영상이다. 강의계획안에는 “그의 가사를 통해 생명력이 긴 문학과 음악 문화를 배우며 베르길리우스와 호메로스 등 고대 작가의 작품을 다룬다”고 안내돼 있다. 학생들은 발표와 함께 토론에 적극 참여해야 하고 학기 말에는 2500단어 분량의 리포트를 내야 한다.
토머스 교수는 “어떤 학생은 나보다 딜런의 노래를 더 잘 안다”며 “이 수업을 통해 아버지가 왜 그토록 딜런의 음악에 빠져 있었는지 호기심을 풀게 된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이젠 75세의 노신사가 된 딜런의 음악이 18세 대학 신입생들에게 주는 특별한 의미인 셈이다. 정작 토머스 교수는 딜런을 실제로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는 “딜런을 만난다면 무엇을 묻고 싶으냐”는 질문에 “딜런은 질문에 답을 신중하게 하는 편이어서 내가 무얼 물어도 답을 얻진 못할 것 같다”고 익살스럽게 말했다.
김수연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