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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미뤄져 중소기업 직격탄… 정부지원 의존해 ‘연명’

입력 | 2016-10-18 03:00:00

中企마저 추락… 성장동력 ‘비상’




 경북 포항시와 전북 순창군에 공장을 두고 있던 강관업체 미주제강은 2012년 법정관리에 들어가 지난해 겨우 졸업했다. 일단 생존에는 성공했지만 200명 가까운 직원 중 남은 이는 70여 명뿐이다. 순창공장의 조강기계도 이미 해외에 팔려 지금은 포항공장만 가동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0년부터 내리 6년간 적자를 냈다. 조선업 부진으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데다 국내에서만 130여 개 강관업체가 출혈 경쟁을 해 왔기 때문이다. 미주제강 관계자는 “우리 회사야 겨우 살아남았지만 서로를 깎아먹는 경쟁이 지속되는 이상 줄도산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생존 급한 중소기업 “투자는 언감생심”

 

본보와 한국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분석한 2006∼2015년 10년간의 중소 제조기업 지표에서는 적자기업과 한계기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 외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산 증가율이다.

 분석 대상 중소기업들의 전년 대비 자산 증가율은 2006년 12.2%에서 지난해에는 4.4%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자산 증가율이 9.4%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중소기업 생태계가 얼마나 심한 침체기에 접어들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소기업이 덩치를 키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매출액 증가가 멈춰 있기 때문이다. 2010년만 하더라도 중소기업들의 전년 대비 매출액 증가율은 20.0%였지만 지난해는 1.7%에 불과했다. 생산 활동이 위축되다 보니 미래를 위한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한경연은 지난달 20일 내놓은 ‘기업 투자 추이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소기업의 연평균 투자 증가율이 2001∼2008년 10.5%에서 2009∼2015년 ―1.0%로 떨어졌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 투자가 오히려 뒷걸음쳤다는 얘기다.


○ 선제적 구조조정 실패가 원인

 중소기업 중 차입금이나 정부 지원에 의존해 연명하는 한계기업이 늘어나면 동일 업종 내 다른 기업들도 악영향을 받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런 한계기업들을 ‘좀비 기업’이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 4월 한계기업이 자금을 지원받아 자산 비중이 10%포인트 올라갈 경우 해당 산업에 속한 정상 기업의 평균 고용 증가율 및 평균 투자율이 각각 0.53%포인트, 0.18%포인트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강관업계는 지난달 말 정부가 발표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 구조조정이 가장 시급한 산업으로 지목됐다. 문제는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되는 동안 자율 구조조정이 계속 미뤄져 왔다는 점이다.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경우 ‘내 회사는 내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인식이 강해 업종 내 인수합병(M&A) 시도를 거의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민간 스스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도록 유도한다는 정부 정책의 효율성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배경이다.

○ 중소기업 정책 실패도 한몫


 정부는 과거부터 국내 경제의 대기업 의존도를 줄이고 ‘강소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대기업의 동반성장에만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중소기업들이 오히려 자생력을 잃어버렸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을 키워 주기 위한 정부 정책도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1∼2015년 5년간 574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뿌리기술지원센터 사업’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사업은 국가 연구개발(R&D)사업 평가에서 2년 연속 ‘미흡’ 등급을 받았다. 뿌리기술지원센터는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 처리, 열처리 등 6가지 뿌리 기술을 다루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경기 시흥시, 경남 진주시 등 전국 10곳에 세워졌다. KISTEP 조사 결과 2013년까지 완성된 7개 센터의 평균 가동률은 30%를 넘지 못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순히 자본과 자원을 투입하는 단기 대책보다는 대·중소기업 간 시장 질서 재정비, 중소기업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력 투입 등 장기적 안목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한계기업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대지 못해 차입금이나 정부 지원으로 유지되고 있는 기업.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변지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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