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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런웨이를 ‘!’로 채우는 여자

입력 | 2016-10-18 03:00:00

亞모델 중 세계 4대 컬렉션 최다 출연 최소라




패션모델 최소라는 본보 사진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눈매부터 달라졌다. 보통 사진기자들은 ‘이렇게 자세를 취해 주세요’ ‘이런 표정을 지어 주세요’라고 주문하는데 이번에는 아무 말 없이 사진만 찍었다. 사진기자에게 “왜 말 없이 찍었냐”고 했더니 “다 알아서 포즈를 취해 주니까 더 할 말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모델 최소라(24)는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패션모델 중 한 명이다.

 수천 명의 모델이 파리, 밀라노, 뉴욕, 런던 등 세계 4대 컬렉션에 서기 위해 모인다. 하지만 쇼에 설 수 있는 모델은 극히 일부. 이 중에서도 아시아인 모델은 10분의 1도 안 된다.


 최소라는 최근 1년간 4대 컬렉션에서 가장 많은 무대에 선 아시아 모델이다. 모델 순위를 집계하는 모델스닷컴(models.com)에 따르면 그는 2016년 가을·겨울 시즌 4대 컬렉션에서 전체 7위, 아시아 모델 중에서 1위에 올랐다. 최근 잠시 귀국한 그를 14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에서 만났다.

 “2주 정도의 짧은 귀국 일정이에요. 화보, 잡지 촬영을 마친 뒤 미국 뉴욕으로 돌아가요. 패션업계가 1년 내내 바쁘게 돌아가다 보니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아요.”

 그는 우연히 패션모델을 시작했다. 고교 2학년 때 친구의 모델 에이전시 시험에 동행했다가 캐스팅됐다. “얼마 뒤 한 대학교의 졸업 작품 무대에 섰는데 제 운명을 깨달았어요. 무대를 마친 뒤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고 눈물이 쏟아지고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의 기분을 느꼈어요. 그때 ‘난 이 길로 가야겠다’고 결심했죠.”

 동덕여대 모델학과로 진학한 그는 2012년 신인 모델을 뽑는 한 TV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모델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그전까지 사진 포즈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수준이었죠. 모델을 포기할까 생각도 했었죠. 그런데 프로그램에 출연해 경험을 쌓다 보니 저도 몰랐던 숨은 실력이 나타났죠.”

 우승을 거머쥔 그에게 2014년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다. 파리의 한 모델 캐스팅 디렉터가 그를 눈여겨보고 연락한 것. 오디션을 통과한 그는 루이뷔통 쇼에 서면서 이름을 알렸다.

 “해외에서 많이 들었던 제 장점은 ‘종이 같다’였어요. 붓 터치 하나만으로도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거죠.”

 그는 지금까지 운이 좋았다고 하지만 그의 진짜 비결은 ‘독함’이다. 매일 아침과 저녁 1시간씩 마사지와 스트레칭을 한다. 쉬는 날에는 4시간을 투자한다. “지난해 가을·겨울 컬렉션 때 루이뷔통에서 독점 출연을 제안해 왔어요. 하지만 쇼 바로 전날 취소됐어요. 그때 제가 살이 조금 쪘던 것 같아요. 다음 컬렉션 때 바나나 반 개에 초콜릿 한 쪽을 빼면, 생수 2L 병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한 달 반을 버텼어요. 물만 먹고 지낸 거죠.”

 최근 많은 모델이 연예계에 진출했다. 하지만 그는 ‘패션쇼’가 전부라고 강조했다.

 “제가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하루에 3시간도 못 자면서 힘들어 죽겠다고 생각해도 쇼에 한 번 서면 모든 것들이 다 사라져요. 전, 그냥 무대가 좋아요. 천생 ‘패션모델’인가 봐요.(웃음)”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